오늘은 백매, 일 년에 한 번, 청악매 필 때 선생님을 찾아 뵙는다. 언제부터 시작됐는 지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잊었다. 그러나 일 년에 한 번, 매화 필 때 우리는 우리 모두를 축복한다. 오늘이 그날이고 선생님은 더 건강해지셨다. 수상한 시절이지만, 그래도 백매 향기는 기가 막혔다. 그렇게 우이시낭독회는 400회가 훨씬 넘어 지속이 되고 있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시의 위의를 지켜내는 시인의 힘과 믿음은 멋지다. 홍해리 선생님. 임보 선생님이 더 많이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 손현숙(시인)
매화, 눈뜨다
洪 海 里
국립4·19민주묘지
더디 오는 4월을 기다리는 수십 그루 매화나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서 있다
지난여름 삼복 염천의 기운으로 맺은 꽃망울
4월이 오는 길목에서
그날의 함성처럼 이제 막 터지려 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심상찮다
그날 젊은이들도 이랬으리라
지금은 관음觀音 문향聞香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방향을 잃은 벌들처럼
무심하게 걸음을 재촉하며 헤매고 있다
한 시인 있어
막 터뜨리는 꽃망울을 보며
"절창이야, 절창이야", 꽃을 읊고 있다
연못가 버드나무도 연둣빛 물이 올라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때 되면 철새처럼 몰려와 고갤 조아리고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새대가리들
그날의 핏빛 뜨거운 함성은 들리지 않고
총선이 다가온 거리마다
떠덜새인 직박구리처럼 떼 지어 수다를 떨고 있다
나라를 구하라[求國]는 듯
먼 산에서 산비둘기 구국구국 구슬피 울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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