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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닦으며

洪 海 里 2005. 5. 13. 10:50
발을 닦으며


왜 발바닥에 때가 많이 끼는가
저녁마다 씻고 닦아도 소용이 없다
발바닥의 때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때로는 때라도 되고 싶다
때가 되면 어디든 때는 끼는 법
때는 자신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때는 제 몸이 무거워 아래로 내려앉는다
온몸을 지탱하고 있는 몸의 노예인 발
그 밑에 生의 불순하고 속된 것들
더러운 이름들이 겹쳐
무게의 집중을 이루려고 달라붙는다
숙명처럼 묵묵히 모든 것을 포용하는
순하디 순한 발은 불평도 불만도 없다
때로 때는 수도사처럼 근엄하지 않는가
무거운 때는 언제 어디든 스스로 앉는다
크고 화려한 의자를 보면 주눅이 들어
발바닥의 때만도 못한 시인이 된다
발바닥은 차라리 천길 벼랑 위 수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