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우리들의 말』1977

<후기> 『우리들의 말』을 위하여

洪 海 里 2005. 11. 5. 05:12
시집 『우리들의 말』의 후기
홍해리(洪海里)
 

   후 기
   ---『우리들의 말』을 위하여


가슴속 깊은 곳
느글대는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일간신문 1면마다
참신한, 참신한 신인을 찾는다는
신춘문예 광고를 보며
후기를 쓴다
한 해의 씨뿌림을 거두어 들인
텅 빈 들녘의 어스름
초겨울 바람만 설레이고 있는
민둥산같은 가슴속에서
모닥불이 확확 튀어오른다
어둠은 혓바닥을 날름대며
불꽃을 살라먹고
불꽃은 싸늘한 돌이 되어 떨어진다
새까맣게 단 돌멩이 몇 개
보석처럼 가슴 가까이 묻고
사랑을 위하여
죽음의 씨앗을 위하여
덩어리 울음을 속으로 앓으며
창백한 웃음을 겉으로 띄우며
우리들의 말은 달린다
푸른 하늘 흰 구름 속을
천둥과 번개,
폭풍우 진눈깨비 서릿발 속을
깊은 계곡 높은 산
출렁이는 파도와 암흑의 미로를
은빛 찬란한 갈기 날리는
말의 태깔을 다듬으며 다듬으며
우리들의 말은 빛난다
심장과 이빨로
새벽녘 미명을 뚫고 달리는
말발굽소리 소리
숲 속의 평화와 바다의 친화를
잠들어 있는 대지를 위하여
죽어 있는 사랑을 위하여.
<『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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