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깊은 곳 느글대는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일간신문 1면마다 참신한, 참신한 신인을 찾는다는 신춘문예 광고를 보며 후기를 쓴다 한 해의 씨뿌림을 거두어 들인 텅 빈 들녘의 어스름 초겨울 바람만 설레이고 있는 민둥산같은 가슴속에서 모닥불이 확확 튀어오른다 어둠은 혓바닥을 날름대며 불꽃을 살라먹고 불꽃은 싸늘한 돌이 되어 떨어진다 새까맣게 단 돌멩이 몇 개 보석처럼 가슴 가까이 묻고 사랑을 위하여 죽음의 씨앗을 위하여 덩어리 울음을 속으로 앓으며 창백한 웃음을 겉으로 띄우며 우리들의 말은 달린다 푸른 하늘 흰 구름 속을 천둥과 번개, 폭풍우 진눈깨비 서릿발 속을 깊은 계곡 높은 산 출렁이는 파도와 암흑의 미로를 은빛 찬란한 갈기 날리는 말의 태깔을 다듬으며 다듬으며 우리들의 말은 빛난다 심장과 이빨로 새벽녘 미명을 뚫고 달리는 말발굽소리 소리 숲 속의 평화와 바다의 친화를 잠들어 있는 대지를 위하여 죽어 있는 사랑을 위하여. <『우리들의 말』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