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능동과 수동

洪 海 里 2005. 11. 12. 03:41
능동과 수동 7
홍해리(洪海里)
 

세상은 어차피 가위 바위 보
누구는 계속 가위만 던져
쩔렁쩔렁 쇳소리를 내면서
바람소리 잠들 날이 없게 하기도 하고
누구는 계속 바위만 던져
무지한 바위덩이를 굴려내리고
그 아래 깔려 낑낑대는
이름없는 풀들의 목숨을 아름답게 한다
또 누구는 보만 던진다
순하게 펼치는 하얀 빛깔
모든 것을 다 감싸 안아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순수의 깃발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계속 던져지는 가위 바위 보
가위가 바위에게 먹히고
바위가 보에게 먹히지만
보는 가위에게 먹혀 운다
먹고 먹히우고
먹히면서 먹는다
보가 가위를 감싸고
바위가 보를 찢기도 하고
가위가 바위를 박살내는
세상은 어차피 가위 바위 보
세상은 어차피 보 바위 가위.

       (월드테니스 1985.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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