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詩> 임자도 새벽바다

洪 海 里 2005. 11. 12. 03:44
임자도 새벽바다
홍해리(洪海里)
 

물 나간 개펄엔 온갖 역사의 찌꺼기들이 떠나가지 못한 채 누워 있고 불빛도 밤 새 부대끼다 물에 뜬 물고기 눈빛이 되어 바닷물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멀리 바다에는 새우잡이 배들이 날개를 바닷속에 박은 채 밤새도록 꽂혀 있었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의 주변을 맴돌던 바람이 섬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핥고 있을 때 사람들은 아직 잠의 품에서 꿈을 찾아 방황하고 바닷새들이 먼저 바다를 장악하여 끼룩끼룩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검둥이 누렁이 흰둥이 섬의 개들이 갯내를 뱉으며 컹컹컹 새벽을 따라 바다로 바다로 내닫고 있었다. 바다에는 무엇이 살고 있는지 그 큰 눈 그 큰 귀 그 큰 가슴을 열고 하늘을 통째로 품은 채 끄덕도 않고 있었다. 사내들은 다 어디 가 숨었는지 모습 하나 보이지 않고 여자들의 흐느낌만이 아침해를 안고 낑낑대고 있었다. 아아 임자도 새벽바다여, 여름날 새우젓에 쩔은 바람으로 일어서는 섬이여, 새우젓이여. 밤새도록 익사하다 거품을 물고 비수를 물고, 빨고 물어뜯다 일어서 백치알을 치고 있는 임자도 새벽바다여.

(진단시 8집.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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