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 기자 칼럼

<책갈피> 사막의 신기루

洪 海 里 2006. 5. 15. 06:16

[책갈피 속의 오늘]

 

1905년 美라스베이거스 탄생

[동아일보 2006-05-15 04:47]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를 지나 승용차로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신기루처럼 도시가 보인다. 한달음에 쉬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만 앞설 뿐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세계 도박의 수도(The global capital of gambling)’ 라스베이거스. 그곳은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짜릿한 일탈의 기쁨을 주는 오아시스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환락의 불야성(不夜城).

처음 방문한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그 기묘한 이질성이야말로 라스베이거스의 상징이다. 라스베이거스는 결혼의 도시인 동시에 이혼의 도시이고, 마피아가 득세한 덕분에 가장 안전한 지역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의 공식 생일은 5월 15일이다. 1905년 5월 15일 현재의 다운타운 부근 땅 110에이커(약 13만4600평)가 경매에 부쳐진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륙의 솔트레이크시티를 잇는 철도가 생겼는데 라스베이거스는 기나긴 철도 여행에서 물을 공급하는 중간 기착지로 개발됐다.

라스베이거스가 ‘도박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다.

1931년 네바다 주 의회가 도박을 합법화하면서 길이 처음 열렸다. 1946년 로스앤젤레스 마피아 두목인 벤저민 벅시 시걸이 플라밍고 호텔 카지노를 세우면서 도박의 도시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카지노는 지금도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수입원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15만 쌍이 결혼식을 올리는 ‘결혼의 도시’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이 결혼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애초에는 결혼 수속이 간단하기 때문이었지만 요즘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한다는 상징성도 크다. 차를 탄 채 결혼식을 올리는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에서 최고급 호텔의 호화판 결혼식까지 도시 곳곳에서 일년 내내 다양한 예식이 거행된다. 이혼 수속도 간단해서 미국에서 이혼하려는 커플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파스칼은 “도박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내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일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은 도박과 닮은 점이 있을까. 도박과 결혼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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