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인생수업

洪 海 里 2006. 6. 3. 06:09

生의 마지막 순간 간절히 원하는 것…그것을 지금 하라!

‘인생수업’

[동아일보 2006-06-03]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외·류시화 옮김/270쪽·9800원·이레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것이 언제였는가?

아침의 냄새를 맡아 본 것은 언제였는가?

아기의 머리를 만져 본 것은?

정말로 음식을 맛보고 즐긴 것은?

맨발로 풀밭을 걸어 본 것은?

파란 하늘을 본 것은 또 언제였는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곧잘 이렇게 말한다.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던 거 기억하니?” “바닷가에 간 일 기억나?”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즐겁게 지낸 놀이의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것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이런 것이다.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정말이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은 그들이 한 번만 더 별을 보고 싶다고, 한 번만 더 바다를 보고 싶다고 간절히 말할 때다.

당신은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진정으로 삶을 만지고 맛보고 있는가? 행복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 적이 언제였는가? 마지막으로 멀리 떠나 본 적이 언제였는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껴안아 본 적은? 삶은 아직도 저쪽에서 목마르게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들려주는 삶의 교훈, 삶의 진실에 대한 강의다. 삶이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죽음의 강으로 내몰린 바로 그 순간이기에 그 가르침의 울림은 크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인 저자. 그녀는 제자와 함께 죽음 직전의 사람 수백 명을 인터뷰해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살아 있는 우리에게 전해 준다.

그녀는 이 지상에서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일깨우며, 늘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살아온 우리에게 이제 손바닥 위에 부드러운 깃털이 놓인 것처럼 부드럽게 손을 펴라고 다독인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랑과 용서에 대해, 그 상실의 의미에 대해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이 배우고 깨친 것을 들려준다.

“사랑하라!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에서, 삶에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고, 간직하고,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사랑은 삶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선물이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감정은 사랑뿐이다. 사랑은 우리 안에서 숨쉬고 있는, ‘오늘’의 풍요로움이다.

“용서하라! 용서는 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다. 용서하지 않을 때 당신은 오래된 상처에 발이 묶이게 된다.”

용서의 첫 단계는 상대방을 다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잘못 이상의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실수투성이이고, 부서지기 쉽고, 궁핍하고, 외로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들 역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가득한 인생길을 걷고 있는 영혼들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상실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제 삶이 상실이고, 상실이 곧 삶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많은 시작의 순간에 있었다면, 당신은 그것들이 끝나는 순간에도 함께 있게 된다. 유대인의 격언처럼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

하지만 상실은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보여 준다. 두려움과 분노, 죄책감조차도 훌륭한 영혼의 교사이다.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우리는 성장한다. 삶은 그 특별한 매력을 나타내기 위해 굴곡이 있는 것이다.

삶은 거울과 같다. 삶에 미소 지으라! 그러면 삶이 당신에게 미소 지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별의 순례자이며, 단 한 번의 즐거운 놀이를 위해 이곳에 왔다. 우리의 눈이 찬란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세계를 반영할 수 있겠는가?”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다. 그러니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원제 ‘Life Lessons’(2000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갈피> 품위 있는 죽음  (0) 2006.07.01
<책갈피> "추억의 印紙"  (0) 2006.06.16
다인기행/정찬주 지음  (0) 2006.06.03
<책갈피> 아리랑의 뿌리  (0) 2006.05.26
<책갈피> 흡혈귀 신화  (0) 200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