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홍해리 선생님 사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서도 찾아뵙고 예를 갖추지 못했다. 사모님 명복을 빌며 예전에 읽었던 홍해리 선생님의 사모님 관련 시 1편을 다시금 읽는 아침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아이 -치매행 · 4 홍 해 리 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