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헌시> 삼각산단풍시제三角山丹楓詩祭

洪 海 里 2006. 11. 4. 11:31

 <2006 삼각산단풍시제> 헌시

 2006. 11. 5. 11:00./ 우이시제터 <牛耳桃源>


 

삼각산단풍시제三角山丹楓詩祭

 

 

채희문/ 洪海里/ 임 보/ 이생진


 



가을이면 삼각산은

어느 결에 봄 여름을 마무리해 놓고

서울에서 가장 맑은 하늘에 물감을 적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전시회를 열고 있네.


산마다 물이 들어 하늘까지 젖는데

골짜기 능선마다 단풍이 든 사람들

그네들 발길 따라 몸살하는 가을은

눈으로 만져다오 목을 뽑아 외치고

산도 타고 바람도 타고 사람도 타네.


진달래 진홍 가지

벚나무 붉은 잎새

옻나무에 오리나무

상수리에 산수유

싸리, 떡갈, 물푸레, 단풍

만산홍엽 좋을시고.


나 술 한잔에 흠뻑 젖어

산허리에 누웠다만

산은 무엇에 불이 달아

저리도 붉게 타나

마시던 술 있으면

내 잔에도 가득 따라 주오.



* 이 詩 <삼각산단풍시제>는 채희문, 洪海里, 林 步, 李生珍의 순서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보았습니다. 북쪽으로부터 하루에 60여리씩 남하하는 단풍이 삼각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우리는 눈으로만 감상하지 않고 손으로 만져보려 하고 심지어 꺾으려 하기도 합니다. 곱게 물든 단풍이 왜 저렇게 아름다울까 생각해 보는 짬도 있어야겠습니다. 올가을 들어 하도 엄청난 끔찍스런 사건들이 우릴 놀라게 했습니다. 단풍은 그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자연이 그려놓은 한 편의 詩인 듯도 합니다. 나무들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답니다. 올 줄을 알고 갈 줄을 알고 영원한 시간 속에 진리를 묵묵히 가르쳐줄 뿐입니다. 이제 나무들은 자신의 이파리로 자신의 발을 덮고 깊고 춥고 어둔 잠 속에 들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겨우내 아름다운 봄을 꿈꿀 것입니다. 이제 설백의 겨울을 지내고 봄이 와서 이곳 <우이도원>에 도화가 만발하는 5월 첫 일요일이 되면 우리는 다시 모여 봄 산천의 정기를 받아 <三角山詩花祭>를 올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1월 5일 홍해리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