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제220회 <우이시낭송회>를 마치고

洪 海 里 2006. 10. 29. 05:27

제220회 우이시낭송회를 마치고


이 밤도 역시 가슴이 뿌뜻합니다. <우이시회> 회원이라는 것이 무한히 감사하고요.
3시 30분부터 임동윤 시인의 사회로 우이시 발전을 위한 모임을 갖고,
5시 10분 징소리와 함께 박정순 시인의 사회로 '우이시낭송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히 오늘은 충주 '푸른시낭송회'와의 합동 시낭송회.
빈자리도 많고 어쩐지 썰렁할 듯한 분위기,
처음으로 나오신 홍 회장님, 이를 염려하신 듯 오늘이 대단한 길일이라고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참석을 못하신다는 연락을 받으셨다고.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지요?)
그리고 이어서 당신이 洪海里라는 필명을 갖게 된 이유인 즉 바닷가의 한 마을에 가셨다가 그 '넓은(洪) 바다(海) 마을(里)'이 좋아서였다고. 그러니 시인, 참 조상님도 못 말리는 짓이지요. 64년 인천신문에 발표된 홍해리 최초의 작품 <갯벌> 낭송.
그리고 시는 이무원 시인님의 <먹물자국>을 낭독. (전날 이무원 시인님이 미리 오셔서 오늘 못 오신다고 미안하다고 점심까지 대접하시고 가셨다나요?)

다음은 권혁수 시인, 'ㅎ' 성씨부터니까 하고 살짝 졸다가 나오셨다는데도 눈은 아주 동글동글,
싫다 싫다 했는데 <여름은 간다> 고.

다음은 영문시집을 상재하셨다는 한태호 시인, "현대의 서양시는 형이상학을 벗어나 포스트모던..........."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인데 아는 게 거기까지)
<키위소스 지는 가을> (제목부터 포스트모던하지 않습니까?)

다음은 오랫만에 오신 김신아 시인의 <가을>.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 자주 봤으면 좋겠는데, 친정이라면서 그렇게 오랫만에 와도 되는 건가요?

다음은 어제 명동성당에서 제13회 가곡제를 성황리에 끝내신 송문헌 시인 , <또 다른 만남을 위하여 ㅡ 바람의 칸타타 3>

이어서 충주 푸른시에서 오신 김생수 시인, 더 많은 회원이 동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며

 <차안(此岸)에서 1>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건물 앞,
6등성 별이 뜨는 박명의 차안에서
아직 비상하지 못한 푸른 날개와
꿈들이 남아 있어
나의 입술은 황홀하고
나의 손길은 피안의 언덕을 오른다'

다음 김생수 시인이 혼자 오기에 너무 미안하여 함께 왔다는 이영준 시인
김남조 시인의 <가난한 이름에게>를 원고 없이 낭송,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에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香料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밤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로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 중 특별하기로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나는 쓸모 없이 살아갑니다.

김생수 시인은 클래식기타로 배경음악을 넣고
또 자작시 <사육된 비둘기> 도 완전히 외워서 낭송, 낭송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오늘 참석지 못한 박등 시인의 <풀밭에서>까지 낭독.

다음은 멀리 영동에서 우이시를,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신 임보 시인을 찾아오신 이주형 시인. '시를 모른다'는 겸손의 말씀과는 달리 시의 9단이신 박희진 시인님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실 만한 대단한 열정으로 가슴을 울리는 낭송 솜씨로
임보 시인의 <지상의 하루>를 낭송.

지상의 하루
- 임보

우리가 여기 오기 위해
몇 억만 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가
우리가 여기 이렇게 서기 위해
몇 억만의 우리 조상들 몸을 빌어
그렇게 숨어 흘러내려 왔는가
아 우리가 바로 이런 우리이기 위해
이 손과 발
이 가슴과 머리
바로 이러한 우리이기 위해
끝도 없는 저 우주로부터
무량의 빛과 구름을 모아
이 육신을 그렇게 빚었거니
오늘의 이 청명한 지상의 일기
산과 바다 저 찬란한 자연의 풍광
천둥과 바람 저 감미로운 자연의 운율
이보다 더 고운 낙원이 어디 또 있겠는가
천국을 팔아 지상을 더럽히는 어리석은 자들아
혹 그대 오늘의 삶이 그렇게 고되고 괴로움은
그대의 헛된 욕망과 미망 때문일 뿐
눈부신 이 지상의 하루
몇 억만 년만의 황홀이거니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면
그대의 집 뜰이 낙원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음을
비로소 눈물겹게 맞게 되리니
    - 시집 <자연학교>(2004)

아, 정말 아름다운 밤입니다.
다음은 나병춘 시인, <달개비와 잠자리> 고공비행하며 짝짓기를 하는 잠자리는 거거가 곧 잠자리라고요?

다음 임보 시인, 근래 늦바람이 나셨다고요? 그리하여 한 40편의 연시(戀詩)를 얻으셨다고요? 시 안 써지고 고민될 때 확실한 처방인가요?
<가시연꽃> 낭독.

다음은 이번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의 제39회 번역문학상을 수상하신 고창수 시인,
<가을 小景 1> 낭독.
수상기념으로 오늘 저녁을 당신께서 사시겠다고요. (나는 언제 저녁 한 번 사보나요?)
고창수 시인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많이 번역하셔서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시기 바랍니다.
고창수 시인께서 수상하신 대상 작품은 '문학아카데미' 발간 Poems of 99 Modern Korean Poets 입니다.

다음은 하덕희 님의 노래 순서
구상 시 변규백 곡 <달밤> 과 홍해리 시 변규백곡 <시인이여 시인이여>를 변규백 작곡가님의 반주로 듣고. (<시인이여 시인이여>의 원제는 <북한산단상>이었으나 개제했음.)

시인이여 시인이여
- 詩丸

洪 海 里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 볼 일
산 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속에 새겨 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미 저녁엔 물결 위에 마음 띄우자.

그래서 시 못 쓰는 사람, 큰 위로가 됩니다.


다음은 이대의 시인의

<사라진 기억의 파편>

'잔인하다, 저 노을
산 하나 죽고
포그레인으로 내장을 헤집어 놓아
혈흔이 낭자한 공사장'

아픈 기억도 결국은 파편처럼 날아가버린는 거지요?

다음은 박영원 시인,
딸 덕분에 비행기 타고 간 베트남

< Hanoi 紀行詩 4 >

-Lake Hoan kiem

다음은 윤준경 시인의

<편지에 대한 나의 생각>
편지 많이 씁시다. 가슴 설레게 하는 분홍빛의.

그런데 요즘 날아드는 편지는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숫자의 나열이라 무섭다나???

다음은 요즈음 큰 고민에 빠지셨다는 박희진 시인,
시가 안 써져서 병이 날 지경이시라는 박희진 시인님,
시가 안 써져도 밥 잘 먹고 복부비만을 초래한 저에게 큰 경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페인의 정열 <플라멩코>

다음은 윤정옥 시인,

<닭고기 유감>
'치킨 치킨 치킨 치킨 치킨 치킨
맛있습니까'

다음은 미국에 교환교수로 계시다가 9월 귀국하여 대학에 복귀하신 이성렬 시인,
우이시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신 날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식물의 사생활>을 낭독.


역시 중국 청도에서 돌아온 금금용 시인, 이사하느라 무리해서 왼쪽무릎에 물이 차 물리치료 중이라고.
<열일곱 번째 이사> 낭독.

다음 조성심 시인의

<여름 끝자리>

끝으로 가족 시낭송
도봉도서관 2층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양양혜 님.
"20년 후엔 꼭 우이시 회원이 되기를 원하다는 님. 나오셔서 푸른시낭송회 최종진 시인의 <탄금대에서>를 낭독
시를 아우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볼 때 20년 이 2년이 될지, 아마도 속으로 우리들의 시를 웃고 있는 건 아닌지.

이리 하여 처음에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우이시 220회 낭송회를 마치고 <부뜨막> 뒤풀이에서 고창수시인께서 맘껏 먹으라고 적지 않은 식대를 쾌히 지불해 주시고. 그리하여 우이시 자금은 도 불어났습니다.
졸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푸른시낭송회 김생수 님과 이영준 님 그리고 영동의 이주형 님, 참석하신 회원님들과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 불참회원 명단: 고미숙, 고성만,김동호, 김민형, 김석환, 김성덕, 김정화, 김준철, 김판용,

김한순, 남유정, 마경덕, 목필균, 박정래, 박찬일, 배경숙, 백숙천, 신현락, 윤석주, 윤정구,

이규흥, 이무원, 이병기, 이생진, 이영혜, 이인평, 장태숙, 정성수, 조병기, 채희문, 최석우,

한수재, 황근남, 황도제, 송성묵, 윤문기, 이순경, 장영철, 박흥순, 조영제, 송지영, 김소리,

장수길

기록: 우이시 낭송담당위원 윤준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