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투망도投網圖
洪 海 里
무시로 목선을 타고출항하는 나의 의식은칠흑 같은 밤바다물결 따라 흔들리다가만선의 부푼 기대를 깨고귀항하는 때가 많다투망은 언제나첫새벽이 좋다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빛나는 옆구리그 찬란한 순수의 비늘반짝반짝 재끼는아아, 태양의 눈부신 유혹천사만사의 햇살에잠 깨어 출렁이는 물결나의 손은 떨어바다를 물주름 잡는다산호수림의 해저저 아름다운 어군의 흐름을보아, 층층이 흐르는 무리나의 투망에 걸리는지순한 고기 떼를 보아잠이 덜 깬 파도는토착어의 옆구릴 건드리다아침 햇살에 놀라이선하는 것을 가끔 본다파선에 매달려 온실망의 귀항에서다시 목선을 밀고 드리우는한낮의 투망은청자의 항아리동동 바다 위에 뜬고려의 하늘파도는 고갤 들고 날름대며외양으로 손짓을 한다언제나 혼자서 항해하는나의 목선은조난의 두려움도 없이강선처럼 파도를 밀고 나간다저 푸르른 바다해명에 흔들리는 하오의 투망고층 건물의 그늘에서으깨지고 상한 어물을이방인처럼 주어 모은 손으로어기어차 어기어차다시 먼 바다로 목선을 민다어부림을 지나수평선으로 멀리 나갔다가조난 당한 선편과다시 기운 투망난파된 밀수선에서 밀려온 밀어와바닷바람에 쩔은 바다 사람들의걸걸힌 말투소금 내음새갈매기 깃에 펄럭이는일몰의 바다관능의 춤을 추는 바다둥 둥 두둥 둥 둥푸른 치맛자락 내둘리며흰 살결 속을 들내지 않고덩실덩실 원시의 춤을 춘다그때 나의 본능은 살아하얀 골편이 떠오르는외양에서 돌아온다만선이 못 된 뱃전에서 바라보면넋처럼 피는 저녁 노을오색찬연한 몇 마리의 열대어그들의 마지막 항의해질녘 나의 투망에 걸린이 몇 마리의 파닥임을서천엔 은하은하직녀의 손 가락가락밤바다를 두드리고 있다해면에 흐르는 어부사칠흑 만 길 해곡에까지그곳에 흐르는 어군물 가르며 물 가르며나의 의식을 흔들고 있다나의 곁을 지나는 어선의휘파람 소리......휘익휙 나의 허전한 귀항을풀 이파리처럼 흔들고 있다만찢겨진 투망을 걷어 올리며닻을 내리는 나의 의식은찬란한 어군의 흐름 따라싱싱한 생선의 노랫가락을 그려다시 투망을 드리운다가장 신선한 새벽 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