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속리산

洪 海 里 2006. 11. 16. 13:25

속리산

 

洪 海 里

 

천년 수림의 몸부림도
이파리 가락의 여운도
몸살이 날 일이다

몸뚱어리 하나 못 다스리는 한으로
시퍼러이 멍들도록 가슴 비비는
시장기처럼 오는 가슴앓이를
한잔술로 풀며 꽃 태우는 산덩어리

눈 감으면 
꿈이야 어디론 못 오랴


그 길목에 닐니리 불어
육자배기나 뽑아 볼까
이승의 사랑은 은싸라기 달빛
사월이나 초파일 영등놀이

바람소리나 내고 가는 세월은
다섯 자 육신을 묻을 그 꽃밭으로

물오른 초여름 나뭇가지 사이
그리 고운 정도 없이 달은 밝아
복사꽃 살구꽃 억겁으로 지는 밤에
알몸으로 우는
내 풀잎의 이슬방울

꽃 한 송이 다 못 피우는
세월이사
천년 수림의 그늘을 흔들고 있다.

(시집『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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