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무교동 · 14
홍 해 리
등 굽은 사내들이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다여자들이 몰려나와물 위에 그림을 그린다하늘에 펼쳐지는 오색의 빛깔휘황한 물빛에익사한 사내들의 허기.불빛소리 하나 떨어진다무엇이 되랴막힘없는 수 천의 불빛도커단 하나의 불빛에 차단되고유아독존인 어둠이떼로 밀리는 골목길사내들이 흔들던 쇳소리만 남는다.곧은 길이 굽어지고적막의 눈이 하늘에 떠서우리들의 빈 가슴을 두드린다모닥불이 타오르던 가슴벽불꽃은 땅에 떨어져 숯이 되었다어둠의 소리들이 시원히 내갈기고 간배설물로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바래었다.허무의 벽은 높아지고적대의 가시철망이 드리워져낮은 곳을 찾아가는 자들의 진실이분명한 진실의 끝을 잡고흰 눈속에 묻힌다풀과 나무와 잠들어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