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무교동 · 9
홍 해 리
해가 지고달빛에 익사하는살아 있는 모래알들백색 깃발을 흔들며젖어 있는 모래알들.모래알이 모래알과 얼리는그 속에서도우리들의 눈은 황홀하고우리들의 귀는 뜨겁고 맵다.살 있는 것피 있는 것모두 버리고비인 것만 가득 우리들의 것.가는 것을 가게 두고오는 것을 오게 두고기다려도 기다려도전신으로 덮이는 구름장.빗소리가 몰리는자갈밭으로푸른 풀밭을 밟고 온바람소리가 가고우리들의 귀도 그 뒤를 쫓고 있다.낙엽을 밟던 더운 발들이싸늘한 도시의 변두리길가 간이주점의 포장을 펄럭이고사내들은 어둠이 되었다이내 불꽃으로 피어오른다.무차별 폭격을 감행하는불의 사내들불이 오를 때마다먼 데서 우는 여자들의 울음소리사내들의 황홀함을 위하여,초조와 불안과 우울로창밖에 눈발은 날려 쌓이고진눈깨비속으로한 해가 지고 있다한 해를 몰고 왔다한 해를 끌고 가는천의무봉인 절대자의 휘파람소리끝없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