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우이동牛耳洞에서
洪 海 里
떨리는 손을 모아어둠 속에서신부의 옷을 벗기우듯 하나씩 하나씩서서히 아주 서서히인수봉과 백운봉에 걸친안개옷을 걷어올리는하느님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비가 개이면푸르른 솔밭 위로드디어 드러나는 허연 허벅지백운대의 속살젖을 대로 다 젖은떨리는 사지 사이이름 모를 새들의 눈부신 목청수줍어 아직 다 틔이지 않고무지의 풀잎들이 일어서는데약수터 洗耳泉으로 가는무리진 발자국의 경쾌함눈을 씻고 만나는 허공햇살 속에 펼쳐진 하느님 마을.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