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섣달에 잠깨어
洪 海 里
새벽녘 문뜩 잠이 깨이다밖엔 때아닌 빗소리 후득이고한 세대 묵혀온 철조망녹슨 허리가 결린다거기도 비가 오고 있는지또 한 해가 가고 있는데꺾인 갈대꽃을 흔드는 바람소리잠 달아난 새벽녘창백한 이마에 꽂히는 창백한 빗줄기비인 가슴을 채우는잠속으로 달려가는 시간의 살문뜩 나타나는 빨간 신호등.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민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