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어둠이 되고 싶네

洪 海 里 2006. 12. 4. 04:55
어둠이 되고 싶네


여름은 위대했던가

온 산의 초목들이 솟구치는 새벽녘

껍질을 벗기듯

찌든 때를 씻어 내리고

길을 닦아 너에게 갈 때 

하늘이 터뜨린 562mm의 눈물

천지간 세력을 몰아

세상을 물의 감옥으로 만들더니,

이제 가을이 소매 속으로 스며

홀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네

네 앞에 서면

질경이 씨앗만한 내 사랑에겐

달빛도 사뭇 버거운데

산이 온몸으로 말을 걸어오니

나는 새까맣게 귀먹은 바위

자유란 완벽한 허무

그 속에 갇혀 어둠이 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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