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여름은 가을을 위해

洪 海 里 2006. 12. 4. 04:55

여름은 가을을 위해

 

천둥소리도 멎을 때가 있고

번개는 금방 울음을 그친다

비워야 채우지 않느냐며

혼자서 눈물짓는 그대여

소소히 내리는 비에 젖어

소양배양하지 마라

제방이 물을 막고 있지만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이다

햇볕이 쨍쨍해

질긴 장마에 눅눅해진 육신을

푸른 하늘에 펼쳐 놓으니

우박 같은 빗방울이, 다시

부대낀 생의 흔적과 상처를 적시고

이내 사라져 버린다

천지간에, 홀로, 서서

비를 몸으로 받아, 혼자, 젖어도

여름은 열음을 위해 열을 낸다.



'시집『푸른 느낌표!』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0) 2006.12.04
거금도 바다에서  (0) 2006.12.04
어둠이 되고 싶네  (0) 2006.12.04
가을 들녘에 서서  (0) 2006.12.04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0) 2006.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