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되고 싶네
여름은 위대했던가
온 산의 초목들이 솟구치는 새벽녘
껍질을 벗기듯
찌든 때를 씻어 내리고
길을 닦아 너에게 갈 때
하늘이 터뜨린 562mm의 눈물
천지간 세력을 몰아
세상을 물의 감옥으로 만들더니,
이제 가을이 소매 속으로 스며
홀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네
네 앞에 서면
질경이 씨앗만한 내 사랑에겐
달빛도 사뭇 버거운데
산이 온몸으로 말을 걸어오니
나는 새까맣게 귀먹은 바위
자유란 완벽한 허무
그 속에 갇혀 어둠이 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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