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소록도에서

洪 海 里 2006. 12. 4. 04:58

소록도에서

 

 눈이 멀게 쏟아지는 햇빛과

태울 듯 뜨거운 햇볕과

뚫고 들 듯 날카로운 햇살의

불볕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햇발은 점점 짧아지는데

하늘 보고 누워 있는

한하운 시비 하늘빛이 서러워

우렁우렁 울음으로 아프게 끓어오르고

매미들도 독이 올라 한낮을 울다

잠시 조용해진 틈새

조막손이 경비아저씨는

필사적인 적막 하나를 잡고

허공 속에서 바둥거리고

길가의 잔디도 노랗게 타서

소리 없는 비명만 내지르는데

팽나무 아래 풀밭에서

진일 시인의 세 살박이 꽃딸

앙증맞게 토해내는 이미자

잠시, 나무 그늘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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