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洪海里 시집『투명한 슬픔』(1996)에서

洪 海 里 2007. 2. 15. 08:03

 

 

 

- 해당화

 

그해 여름 산사에서 만난

쬐끄마한 계집애

귓볼까지 빠알갛게 물든 게집애

절집  해우소 지붕 아래로

해는 뉘엿 떨어지고

헐떡이는  곡두만 어른거렸지

저녁 바람이

조용한 절마당을 쓸고 있을때

발갛게 물든 풍경소리

파ㆍ르ㆍ르ㆍ파ㆍ르ㆍ르 흩어지고 있었지

진흙 세상 속으로 환속하고 있었지.

 

 

 

 

- 꽃 지는 날

 

 

마음에 마음 하나

겹치는 것도 버거워라

 

누가 갔길래

그 자리 꽃이 지는지

 

그림자에 꽃잎 하나

내려 앉아도

 

곡비 같은 여자 하나

흔들리고 있네.

 

 

 

- 배꽃

 

1

바람에 베혀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

 

2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3

고요가 겨낭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4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 화살표

 

 

이것  하나

남기고  가는구나

 

따라가 보니

주검 있었네.

출처 : 세월이 가르쳐 준 언어
글쓴이 : 처음처럼 원글보기
메모 : 투명한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