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삼각산시화제

洪 海 里 2007. 9. 15. 19:45
삼각산 시화제(三角山 詩花祭)
 연둣빛의 오월 첫째 일요일, 날씨도 참 좋다. 말만 듣던 우이도원(牛耳桃園),『우리시회』시인들의 봄놀이를 곁다리로 구경 좀 해보기로 했다.

 평소 임보 시인의 시(詩)가 너무 감동스러워 수년째 그분의 시방(詩房)을 무시로 드나들다가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우이도원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마침 이 좋은 시절에 그곳에서 삼각산 시화제(三角山 詩花祭)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시간에 맞추어 도선사 경내로 들어가 첫 대면이지만 낯설지 않은 임보 선생님을 뵙고 그분 뒤를 따라『우리시회』회원들과 왼쪽 언덕을 따라 걸었다. 인수봉, 백운대, 만경봉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선생님은 이 세 봉우리를 일컬어 삼각산이라 한다고 일러주었다.

 우선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잡목사이에 피어 있는 흰 철쭉꽃과 연분홍 철쭉꽃이다. 흰색과 연분홍을 띤 병 꽃도 한창이었다. 풀숲사이에서 희고 작은 산괴불주머니꽃, 노란 꽃 애기똥풀 그리고 뱀고사리와 나리도 많이 보였다.

 그리 멀지않은 곳에 화사한 복사꽃이 피어 있었다. 옛 암자 터였던 자리라고 하였다. 둘레에 구멍 숭숭 딱따구리 집이 있는 고목들도 서 있는 곳이다. 온통 연녹색으로 한창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피어오르는데 커다란 오동나무들은 죽은 고목처럼 아직 벌거벗은 모습이었다. 복숭아나무 숫자가 기대치에 못 미쳐 황홀한 우이도원(牛耳桃園)은 아니었지만 좌청룡 우백호 안산이 조화로운 아늑한 곳이다.


 오늘의 시화제(詩花祭)는 도화(桃花)의 절정을 못 맞추었다고 내년부터는 사월 마지막 일요일로 하겠단다. 자세히 보니 복숭아꽃이 절반은 이미 피었다 꽃잎이 떨어진 뒤인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덜 정도로 도원(桃園)의 흥취를 느끼게 하였다.

 임보 선생님의 소개로 여러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님의 방을 드나들며 인터넷으로만 익혀오던 젊은 시인들과는 초면에 이미 정이 들어 있음을 느꼈다.

 제물을 차려놓고 꽃분홍 팬지꽃과 금잔화가 곱게 핀 작은 화단을 가운데에 두고 둥그렇게 앉아 시화제(詩花祭)는 시작되었다.

 이 좋은 자연에서 꽃이 되고 한 마리 새가 되어보라는 홍해리 회장의 인사말에 여덟 살 소녀가 “너무 무거워서 안돼요!” 하고 외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나병춘 시인의 사회는 이원수 선생의「고향의 봄」을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서곡으로 송성묵 씨가 온 천지 자연을 고요히 정화 시키듯 지신(地神)을 위로 하는 듯 대금연주를 하였다. 연주가 끝나자 모든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는데 숲에서 숨어 있던 장끼도 “꿩, 꿩!” 정말 인간과 모든 자연이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찬란한 시의 아지랑이를 보게 하소서, 신비로운 교향악을 듣게 하고 골목에서 어린이들이 불어 놓은 많은 비눗방울처럼 시를 엮어내게 하소서” 하는 고창수 시인의 헌시「봄의 기도」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홍해리 회장의 초헌이 있고 임보 시인이 축문을 운율을 띄워 읊었다.

 “백화난만한 삼각산 기슭에서 시쟁이 시 읊고 풍각쟁이 풍각으로 천지신명께 올리오니 크게 흠향하오소서.” 이에 장끼가 좋다고 “꿩, 꿩!” 화답했다.

 임동윤 시인이 아헌으로 술 한 잔 올리니 다시 좋다고 “꿩, 꿩!”

 장수길, 정은하 부부의 플루트 연주는 모든 참석자들에게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그 멜로디에 취해 있게 하였다.


 박영원 시인이 낭독한 자연과 시의 선언문으로「우이동 선언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몽매한 인간들이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자연 앞에 경배하라. 각박한 시인들이여, 그대들 가슴 속 깊이 숨겨져 있는 시의 불씨를 피우라. 시인 공화국은 없는가,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시의 마음을 일깨우라. 꽃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시다. 자연은 시의 모태요, 삶의 터전이다.”

 이순경 씨는 경기민요 노랫가락 「나비야, 청산가자」를 불러 긴장되었던 마음을 풀어주었다. 다음은 강북구청 행정관리국장 박기달님이 강북구청 목표와 「우리구 행복 만들기」를 이야기하면서 참석의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하덕희 시인이 홍해리 시인 작품인「북한산 진달래」가곡을 불렀는데 사회자는 ‘박새가 옆에서 반주도 잘해준다.’고 설명했다.


 종헌(終獻), 술 석잔 만으로는 모자란 듯 시쟁이 풍각쟁이 연장자 순으로 줄을 이어 헌작(獻爵)하고 단체사진을 찍은 다음 점심식사를 하였다.

 2부 순서로는 만년소녀로 불린다는 윤준경 씨가 사회를 보았다. 우선「산유화」노래를 부르고 여덟 살 장은수 양이「아빠! 힘내세요.」노래를 깜찍하게 불러서 장수길 음악가족을 과시했다. 산신령님 같은 박희진 시인이 자작시에 곡을 넣어 부르는 등 시인들은 시낭송대신 노래자랑을 더 많이 하였다.

 고창수 시인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고….” 예이츠의「술의 노래」를 읊고 노래 불렀다.

 북장단을 맞추어주던 고수 조영제 씨가「흥부가」한 토막을 부르고 송성묵 씨가 다른 부분「흥부가」한 토막과「사철가」를 불러 잊었던 우리가락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장수길씨가 오카리나로 직접 작곡한「목동의 노래」를 연주했고 이생진 시인은 자신의 시「떠나던 날」을 윤준경 시인으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하였다.


 살짝 엿본『우리시회』놀이 모습, 1987년 이래 20년 동안 가꾸고 다듬은 아름다운 시 밭에서 여러 종류의 꽃나무를 구경했다고 할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몸짓들, 참으로 조용한 분위기로 자연과의 조화, 그 하모니가 아름다웠다.

 무릉도원을 상상해 보고 내년에는 오늘보다 더 고운 복사꽃을 기대하며 우이도원(牛耳桃園)을 내려왔다.

 임보 시인의「어이할거나」, 장진돈 시인의「보리밭」, 이택경 씨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 김흥순 씨 옆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나누던 담소는 첫 만남의 이미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몹시 즐거운 하루였다.

 

 실버넷뉴스 민문자 기자 mjmin@naver.com  


2007-05-14 21:4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