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스크랩] 불콰한 아버지 얼굴로 품어주는 삼각산, 그 詩祭 참관기

洪 海 里 2007. 10. 30. 15:16
 

불콰한 아버지 얼굴로 품어주는 삼각산, 그 詩祭 참관기



                                                      김 금 용





     삼각산이 불콰한 아버지 얼굴로

     대문을 활짝 여셨다

     용서하마, 아기걸음으로 달려오는 너희들

     몇 번이고 등 돌리고 나를 떠나도

     늘 이 자리에서 너희를 기다리마



  북한산의 다른 이름, 삼각산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단풍에 취해 산을 찾는 이들에게, 도선사 예불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혹은 주일도 쉬지 못하고 삶의 현장으로 뛰어든 버스와 택시기사, 꽃집 아주머니, 슈퍼마켓이며 노점상 아저씨들에게, 단풍나무 잎을 혹은 상수리 나뭇잎을 떨어뜨리며 이야기 거는 소릴 들었다.

그래서인가,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가 주최한 <三角山丹楓詩祭>를 찾아온 시인들이며 후원회원들의 머리와 손등엔 어김없이 낙엽들이 내려앉고 있었다. 화두처럼---.



  약속대로 11시에 시제가 시작되었다.

우선 홍해리 회장의 간단한 인사말씀에 이어 참석한 분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다.

우리시회의 고문이신 이생진, 박희진, 고창수 시인, 명예회장 임보 시인, 공간시 회장이기도 한 이무원 시인, 멀리 용인으로 이사 간 뒤 오랜만에 참석한 황도제 시인, 그 외 윤정구, 임동윤, 송문헌, 박영원, 한태호, 신현락, 나병춘, 권혁수, 이대의, 박승류, 윤준경, 윤정옥, 조성심, 목필균, 김금용, 고미숙, 이영혜, 남유정, 김소양 시인, 그리고 대금의 송성묵, 단소의 윤문기, 플루트의 장수길 님 부부와 딸 장은수 양, 판소리의 조영제, 경기민요의 이순경, 성악의 하덕희, 박흥순 화백, 오대산에서 오랜만에 올라온 고수 장영철 화백, 영상 담당의 임계순 회원, 그리고 초대시인으로 어려운 걸음을 한 광주대의 이은봉 시인, 문 숙 시인과 정경란 시인과 우리시회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는  강북구청 문화공보과의 장병수 과장, 후원회원이기도 한 노재봉 전 자양고 교장과 김두환 시인, 구본홍 님, 부산에서 올라온 장진돈 시인과 조병규 시인, 윤 정, 정애란 시인, 『시와 칼럼』의 김재권 님과 그 친구 두 분, 광주의 유상해 님, 이옥정 시인과 이세종 님, 윤준하 님 그 밖의 한태호 시인의 부인, 신현락 시인의 부인과 막내아들 이철 군, 나병춘 시인의 부인이며 시인인 이수풀 님과 친구 이명녀 님, 뒤늦게 오셔서 미처 성함을 묻지 못한 그 밖의 여러 후원회원님들 등, 총 80여명이 모였다. 근래 들어 참석자가 예상보다 많아 주최측에선 혹여 준비해온 음식이 모자랄까 봐 걱정이 들 지경이었다.

  자기소개가 한 바퀴 돌자, 나병춘 시인이 1부 사회자로 나와 가을 산의 단풍의 빛과 그 향기 속에 오늘의 만남이 좋은 인연으로 남길 바란다며 시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에 송성묵 회원의 대금 연주로 시제의 막을 열었다. 지나가던 바람도 떨어지던 낙엽도 대금 속으로 숨어드는지, 한 번 날숨을 내쉴 적마다 바람소리와 낙엽 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소리는 대금이 내고 춤은 낙엽들이 추는 걸까, 저렇게 가을이 오는 것인가!

  이어 윤정구 시인이 쓴 「단풍시제를 위한 헌시」를 황도제 시인이 낭독해 줬다. 오랜만에 온 황도제 시인이어서 모두 반가운 얼굴로 귀를 기울여 경청했다.

  다음 순서는 홍해리 회장의 초헌, 첫 잔과 함께 재배를 올린 뒤, 흰 봉투 하나를 돼지머리 대신 올려놓은 바나나 손가락 사이에 꽂았다. ‘와 두툼한데! 역시 회장님이시구나!’ ^^

  다음 순서는 독축으로 송문헌 시인이 진설된 제사상 앞에 무릎을 꿇고 노랫가락을 엮듯이 줄줄 읽어내려 갔는데, 너무 긴장하셨나, 쬐끔, 날맛이 났지만, 아드님을 결혼시킨 다음 날로 오셔서 두툼한 흰 봉투를 내셨으니, 다 오케이!! ㅎ ㅎ. ^^

  이어 임동윤 시인이 나와 아헌으로 잔을 올리고 재배한 뒤, 장수일 님 가족이 나왔다. 플루트 부부연주자여서 예쁜 아내와 여섯 살짜리 딸이 함께 나왔는데, 앙코르로 <어머니> 노래를 두 부부의 반주로 어린 은수 양이 불렀다. 아름다운 정경이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가슴에 각인되었는지, 꿈속에서까지 내 딸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잔잔히 여울진다.

 열 번째 순서로 남유정 시인이 ‘우리시선언문’을 낭독했다. 늦게 오는 바람에 대신 준비했던 윤정옥 시인에게 미안했는지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다음 순서는 외부인사들의 축사!

우선 광주대 교수 이은봉 시인이 정말 멀리서 삼각산까지 올라와 반갑기 그지없었는데, 축사는 아주 간단! 그 분 역시 이런 장소일수록 말이 필요 없고, 그저 맘으로 몸으로 느끼면 된다는 걸, 이미 아는 진정한 시인이 아니었을까. ^^

 이어 강북구청에서 나오신 장병수 문화공보과장이 후원금을 약소하지만 이 시제에 내놓았음을 밝히자, 이에 대한 답으로 홍해리 회장이 한 말씀이 더 걸작! “고맙게 쓰겠지만, 흡족할 만큼은 아니니 앞으로 더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말씀까지 보태셨으니, 장 과장님의 숱 적은 머리가 잠깐 반짝인 것 같았다. “이런 방식은 중국식인데요, 홍 회장님!!”



  음악이 빠지면 천지신명께서 여류시인들이 진설한 제사음식 맛도 안 보고 가 버리실라, 서둘러 노래로 흥을 돋우는데, 이순경 님이 오랜만에 경기민요 한가락 ‘임 보려고 오셨나~~’를 펼치니, 아싸~ 오대산에서 온 설봉 장영철 님이 얼른 북, 장구 대신 종이 박스를 앞에 놓고 고수를 자청하신다. 모든 자연이 악기 아닌 게 없고 시 아닌 게 없구나!

이에 하덕희 님도 빠질세라, 어느새 장수길 님의 플룻 반주에 호흡을 맞춰 홍해리 시인의 시 「시인이여 시인이여」를 변규백 님이 작곡한 노래로 부르기 시작, 가사대로 “시는 써 무엇 하리/ -중략- 바람 따르자/ 마음 띄우자 ~~” 듣는 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낙엽들이 자꾸 덩달아 춤을 추는지. 신현락 시인 부인의 손 위로 오동나무 큰 잎새 하나가 털썩 내려앉는 소리가 멀리 반대편에 앉은 내 귀에까지 들렸다.

오랜만에 남편 따라 수원에서부터 올라온 부인에게 주는 마음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가슴이 괜스레 뭉클해진다. 그 댁의 귀가길이 오늘만큼은 더더욱 아름다울 것 같아서,..!



  나병춘시인의 진행이 이제 꽤 영글어가는지, 금산 막걸리가 여기저기 슬쩍슬쩍 돌아가고, 그런 와중에 나 시인의 표현대로 새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새’의 노랫가락이 이어지는데, 아, 바로 판소리 명창 조영제 님의 걸죽한 한마당이 펼쳐졌겄다!

“낙엽이여,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내 청춘도 한 번 늙어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라/ 세상 꽃님네들 내 한 말씀 들어보소~/ ”

어쩌라고, 날더러 어쩌라는 것인지, ^^

  이제 1부 마지막 순서로 모든 참석자들의 헌작과 음복이 이어졌다. 남녀노소, 종교와 관계없이 바나나 손가락 사이에 파란 지폐를 끼워 넣으며 회원들은 “많이많이 꽂을 테니, 시 좀 잘 쓰게 해 주세요.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우릴 지켜주는 삼각산이여, 품어 주시고 미련한 우리들을 깨우쳐 주세요” 라고 빌었다.



  드디어 2부는 우선 기다리던 점심식사와 음복이 시작되었다. 윤준경 시인의 사회로 노래와 시낭송이 이어졌다. 이번 시제 역시 남쪽 아랫녘 돌산도의 이선용 시인이 보내온 갓김치와 거금도의 유명한 유자막걸리가 진일 시인으로부터 선물로 보내져 왔고(두 분께 감사, 감사!) 몇 회원들의 수고로 준비한 김밥, 돼지수육, 동그랑땡, 생선전, 모듬전, 그리고 찹쌀로 빚은 시루떡, 술안주 야채 등을 내놓고 이쪽저쪽 자리마다 모두 둘러앉았다. 거금도에서 보내준 막걸리가 아주 일품이어서 술을 들지 못 한다던 몇 여자시인들도 한 잔의 건배를 사양하지 않았다. 이렇게 흥청이며 잔치가 한창일 때, 윤 시인은 슬슬 마이크 앞으로 어른들을 막론하고 불러 세우기 시작, 박희진 시인도 흰 수염을 날리며 자작시이기도 한「까치집」을 부르셨고 이생진 시인도 「낙엽」이란 시를 낭송하고 대신 윤 시인에게 애창곡 ‘마돈나’를 불러달라고 청하셨다. 그런가 하면,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 한태호 시인은 긴 머리를 묶은 위에 각진 검은 모자를 쓰고 부인과 함께 나와서 소리시를 몸으로 소리로 직접 보여주셨는데, 용감한 6070의 멋진 실버파워를 보자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초대시인이기도 한 문 숙 시인의 시「홍련」이 낭송되고, 조병규 시인의 자칭 엉뚱한 노래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엉뚱한 창법으로 불러주어 주목을 끌었으며, 장은수 양이 다시 ‘사랑해요’를 불렀는가 하면, 고창수 시인, 이수풀 시인, 이무원 시인, 장진돈 시인이 연이어 나와 장기를 보여줬다. 또한 경기민요 명창인 이순경 님의 노랫가락에 맞춰 여회원들이 춤을 추기 시작, 모두 일어나서 제멋대로 막춤식 한국무용을 추며 흥을 돋웠고, 조영제 명창이 피날레 장식으로 별주부전을 멋들어지게 불러주었다.



  기상예보에선 이 날 오후부턴 비가 내린다고 경고, 더러 참석자들 중에는 우산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원체 우리시회 행사 중에는 비가 내린 적이 없는, 홍해리 회장의 철저한 믿음과 신념을 믿는 회원들 대부분은 우산을 준비해 오지 않았는데, 정말 산 밑으로 내려올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우이동 아랫녘 음식점인 ‘청진동 해장국집’에 들어가 뒤풀이를 하는 동안, 쓰레기며 뒤처리를 깔끔하게 끝내고 차편 없이 걸어 내려온 회원들만 조금 비를 맞았을 뿐이었다. 하느님도 우리시회를 보호해 주시는 게 틀림없는가 보다. 덕분에 무사히 하루 일정을 아무 사고 없이 즐겁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10년 넘게 詩花祭며 丹楓詩祭를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제가 꼭 참석하는 이유는, 다친 무릎에 압박붕대를 하고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유대관계 때문일 것이다. 같은 문학세계에서 함께 공유하게 되는 감정의 교류, 그 동질감 때문에 나를 찾아서 나를 닮은 시인들을 찾아서 여기 오는 것일 게다.

그렇지 않으신가, 우리시회원 여러분 !! ^6^  

출처 : 우리시회(URISI)
글쓴이 : 김금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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