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골짜기 洗蘭軒에서 난초 이파리 씻으며 시를 쓰는 무소유의 소유를 업으로 진경산수 한 폭
적멸의 여백 속에 독야청청 詩맛 오감에 도통한 洪海里 시인께서 필삭筆削을 등지고 이 아련한 봄날
[그녀가 보고 싶다] 고백하시니 나는 갑자기 커지는 동공 속으로 이러한 시말을 추적해 봅니다.
그렇다면 홍해리 시인이 미치도록 보고 싶다는 그녀는 누구일까?
참꽃여자 15에서의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 18쪽) 산문山門에 낯 붉히고 서 있는 사미니도 아닐 것이고,
목련 아파트 101동 1001호에서 창 밖만 바라보던 눈먼 소녀는 더더욱 아닐테고(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 16쪽)
화포花砲 터지는 날 무화과無花果 한 알 달고 있는 생과부 같은 저 여자도 아닐테지요(홍해리 시집"봄, 벼락치다" 가운데
39쪽 "꽃진봄" ) 그렇다면 초록치마 빨강저고리 차림으로 기쁜 대낮의 저 여자란 말인가? 아닙니다. 아무렇게나 내팽개진
장미꽃 같은 저 여자는 분명히 아닐 것 입니다. (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71쪽 "6월")
나이 들어도 늙을 줄 모르고 달래야! 한마디에 속치마 버선발로 달려 나오는그 여자?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95쪽
"참꽃 여자 8") 그 여자도 아닐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아, 생각이 납니다 ('우리시' 2007년 12월호 12쪽 "석류"에 나오는 입술 뾰족 내밀고 있는 얼굴이 동그란 그 여자?
그 여자도 아니라면 ('우리시' 2008년 3월호 62쪽, "참꽃여자.6")에서의 불같은 사랑 물 같은 사람 그리움은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이랴
수즙고 수즙어라, 그 여자. 이 여자입니까 ?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 88쪽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라는 시
눈멀면 꽃 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 것들 물오른다고/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허기진 가난이라면
또 어�겠느냐/ 윤이월 달 아래 벙그는 저 빈 자궁들/ 제발 죄 받을 일이라도 있어야겠다/~~~/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홍해리 시인이 이렇듯 절절하게스리 풀어 놓는 평생 가슴에 담아놓은 그녀는 누구일까?
선명한 주홍색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참꽃 같은 잊혀진 여인들이 아니라면 도데체 누구란 말입니까
자 이제 그녀의 실체를 벗겨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녀가 보고 싶다 / 洪海里
크고 동그란 쌍거풀의 눈
살짝 가선이 지는 눈가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눈빛
반듯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
도톰하니 붉은 입술과 잘 익은 볼
단단하고 새하얀 치아
칠흑의 긴 머리결과 두 귀
작은 턱과 가는 허리
탄력 있는 원추형 유방
연한 적색의 유두
긴 목선과 날씬한 다리
언듯 드러나는 이쁜 배꼽
밝은 빛 감도는 튼실한 엉덩이
주렁주렁 보석 장신구 없으면 어때,
홍분 백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나풀나풀 가벼운 걸음거리
깊은 속내 보이지 않는
또깡또깡 단단한 뼈대
건강한 오장육부와 맑은 피부
한번 보면 또 한번 보고 싶은
하박하박하든 차란차란하든
품안에 포옥 안기는 한 편의 시 詩.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가운데 42쪽 )
하하하 그러면 그렇지!
홍해리 시인이 그처럼 미치도록 사랑한 그녀는 바로 시詩란 것을 왜 몰랐던고.
홍해리 시인이 바람의 말, 비의 말, 빛의 말들 후리며 자연과 더불은 세계와의 상면 속에서 읽혀지는 시말,
그녀라는 주체적인 감각은 유희가 아닌 존재론적인 문명에 이르는 창조적인 시 의식이 아니겠는지요
홍해리 시인은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 20쪽 "그런 시詩" 에서
거문고가 쉴 때는
줄을 풀어
절간 같지만
노래할 때는 팽팽하듯이
그런 시詩!
말의 살진 엉덩이이에
'묵언默言'의 화인火印을 찍는다
언어言語
도단道斷이다.
그는
言 寺의 住持
말을 빚는
比丘다 (홍해리 시집 1969년 "투망도" 중에서 '詩人' )
낫 갈아 허리차고
바람따라 길을 가다
시흥이 도도하면
나무 깍아 한 수 적고
한 잔 술 거나해서
노을 베고 자리하면
저 하늘 깊은 골에
떠 오르는 그믐 달 (홍해리 시집 1996년 "투명한 슬픔" 중에서 '詩刀')
수천 길
암흑의 갱 속
반짝이는 언어의 사금
불도 없이 캐고 있는
이,
가슴엔
아지랭이
하늘엔
노고지리 (홍해리 시집 1998년 "愛蘭" 중에서 "詩人' )
난 속에
암자
암자 속에
비구니
비구니의
독경
독경의
푸른
빛 (홍해리 시집 1992년, "隱者의 북" 중에서 "詩 한 편')
은밀한 자궁 속에서, 깊이를 잴 수 없는 암흑의 갱 속에서 반짝이는 언어의 사금을
홍해리 시인은 조심스럽게 캐고 있습니다
이러한 홍해리 시인의 詩 빚기는 푸른 빛 독경이랄 수 있는 종교적인 의미까지를 내포하고 있는 도도한 작업입니다.
또, 홍해리 시집 "봄, 벼락치다" 가운데 135쪽 "필삭筆削" 이라는 시에서
철새는 천리 먼 길 멀다 않고 날아간다
길 없는 길이 길이라 믿고
팔사적必死的이다.
더 쓸 것 쓰고 지울 것 지우며
막무가내 날아가는 시인詩人의 길, 멀다!.
말 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 볼 일
산 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꺽어 가슴 속에 새겨두거라 (홍해리 시집 1994년, "난초밭 일궈 놓고" 중에서 '詩丸')
우의동 골짜기 洪海里 암자 같은 洗蘭軒 蘭丁 홍해리 시인은 난초밭 일궈 놓고
금결, 은결, 옥결 같은 시를 詩丸으로 빚어 왔는데
이러한 시의 환약은 속진에 찌든 사람들 머리와 마음을 깨끗히 낫게 해 주는 신묘한 비방인 것 입니다.
이제 2천 8년도 가을 쯤에 세계의 시단에서 유사이래로 최초의 <비타민 시집>을 만들어
현대인들의 육신과 정신건강을 치유하며 오염된 정서를 말끔히 다스리�다고 하시니 이 또한 새로운 시의 모색이 아니겠는지요.
내가 존경하는 홍해리 시인은
수천 수만개의 꽃등을 단 옥매원玉梅園의 밤 매화나무 향이 날리는 꽃 그늘 아래 꽃잎 띠운 술잔을 기우리며 꽃 속에
긴 머리 땋아 내린 노랑저고리의 소녀가 꽃의 중심中心을 잡는 시를 쓰고 있는 것 입니다.
별로 돈이 될 것도 없는 시를 무엇 때문에 그리 고생하면서 쓰고 있는 것 일까?
무소유의 소유를 업으로 하기에 눈 내리는 바람 찬 겨울 밤에도 창 밖으로 흐르는 세월을 내다 보며
깊은 시상詩想에 잠기시는 것일까.
도저한 무게로 또 건너야 할 강을 얼마나 건너야 하는 것 일까.
지금, 칠흑의 도끼로 내리찍는 밤의 비명은 분명히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고고한 탄성이려니.
아, 시인다운 시인이시여
洪海里 시인이시여
눈부신 시를 많이 써 주세요. 시위를 당기는 힘으로 힘으로.
홍해리 洪海里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로 등단
시집 "화사기花史記"/ "애란愛蘭"/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 "/ "무교동"/"우리들의 말"/ "대추꽃 초록빛"
"투명한 슬픔"/"청별淸別"/ "은자隱者의 북"/ "산상영음"
"난초밭 일궈 놓고" 외 다수.
홈페이지.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http://blog.naver.com/poethong
현 *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월간 "우리詩"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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