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이 가득한 4월 끝자락에 노란 애기똥풀이 시제터를 찾는 우리들을 반겼다.
어제 비 때문이었는지 화사할 복사꽃이 많이 떨어져 있고, 몇 몇 그루의 복사꽃만 우이도원의 명분을 세워주었다.
시제의 첫 출발은 짙은 구름이 낮게 깔린 날씨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매년 봄 시화제와 가을 단풍제날 비온 적은 없었다고 하신 홍해리 회장님의 지론을 내세우며 시제터로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이생진 시인님. 임보 명예회장님, 임동윤 사무국장님, 권혁수시인님 등이 먼저 오셔서 시화제 현수막을 치시면서 걱정스럽게 하늘을 살폈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제물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면서 11시 되기를 기다리니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요즘 들어 다리가 불편하시다는 박희진시인님께서 지팡이를 짚고 어려운 걸음을 하셨다. 정성수 시인님까지 당도하니 모두들 만남의 반가움으로 가벼운 빗방울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해마다 봄 시화제와 가을 단풍시제는 우리시회가 시작되면서 줄곧 치루어 온 연례행사이다. 그리고 전날 아무리 비바람이 쳤어도 시화제나 단풍시제 당일은 쾌청한 날을 보여주었는데……. 그래서 홍해리 회장님께서 늘상 날씨만큼은 자신 있다고 하셨다. 정말 필자가 우리시 회원으로 입회한지 13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이 연례행사에 비가 오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쌀쌀한 날씨와 빗방울, 그렇다고 딱히 시제를 물릴 만큼은 빗방울이 굵지 않았다. 우산을 펼쳐들고 난처하고 있는데. 회원들과 지나가던 등산객까지 합세하여 시제터는 거의거의 시작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강북구청문화홍보과 장병수과장 일행이 김현풍 강북구청장을 대신하여 당도하자 권혁수 시인이 시제의 시작을 알렸다. 송성묵님의 대금 연주로 서곡이 시작되었다. 그 음계를 탔는지 시제터 주변 여기저기서 꿩소리가 났다.
이생진 시인님의 헌시에 이어서 초헌 임보명예회장님, 박영원시인님의 독축,아헌 임동윤시인님, 장수길, 하덕희님의 헌가, 김금용시인의 우이동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지는데 빗방울을 조금 더 굵게 떨어졌다. 그래도 모든 회원들이 차분하게 행사 진행을 지켜보고 있는데 한국무용가 박일애님이 한지의상을 차려입고 선춤을 보여주었다. 꽤 쌀쌀한 날씨 임에도 박일애님의 선춤은 시제터를 오갔고, 손끝 하나, 발끝 하나의 동작이 그대로 예술이었다. 빗방울에 굴하지 않고 멋지게 마무리한 박일애님 그 프로정신에 회원들은 끝까지 숨을 죽이고 관람했고, 극찬의 박수를 보냈다.
참 신기하게도 시제가 끝나갈 무렵부터 비가 잦아들더니, 음식을 나누 때부터는 엷은 햇살까지 비추어졌다. 여자회원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누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금도 진일 후원회원이 보내준 유자막걸리, 여수 이선용 후원회원이 보내온 갓김치를 나누고, 오늘 따라 더 맛있게 된 시루떡이며, 호박전, 돼지고기 삶은 것 등 푸짐한 음식상이 차려졌다.
환해진 날씨 덕분에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다. 그 틈을 타서 2부 순서가 이어졌다. 유난히 맑은 목소리를 자랑했던 부산 장진돈 시인, 한 달 전부터 연습을 하셨다는 박근 전 대사님, 세 누님을 그리며 시낭송을 하신 윤정구 시인님, 인터넷 카페 펜들이 다수 찾아오신 임보 명예회장님의 멋들어진 ‘어이할꺼나’가 뒤풀이를 더욱 흥겹게 했다.
시작할 때 예년에 없던 비는 홍해리 회장님께서 허리 수술로 처음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던 우리시 회원들. 시제의 마무리는 홍회장님의 빠른 쾌유를 빌어드리는 한마음의 박수였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의 짐을 챙겨주며 하산 하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삼각산 시화제 참석자 명단>
회원 : 이생진, 박희진, 고창수, 임 보, 박영원, 황도제, 정성수, 윤정구, 송문헌, 임동윤, 고영조,
김판용, 이대의, 권혁수, 박승류, 박흥순, 박은우, 송성묵, 변규백, 장수길, 윤준경, 김정화,
하덕희. 임계순, 김금용, 김소양, 목필균, 조성심, 남유정, 이가영(이영숙), 이경희(31명)
회원 외 : 윤 정, 장진돈, 조연향, 구시회, 김경성, 김경선, 박일애. 박 근, 노운미, 한인철, 조석환,
김경하, 이재욱, 명춘식, 박상봉, 박영길, 강영재, 최중엽, 김혜숙, 김영환, 강선자,
최종호 ( 22명) 강북구청 문화홍보과 : 장병수 과장, 윤성민, 김외진(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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