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詩> 우리들의 말

洪 海 里 2008. 7. 28. 07:02

 

우리들의 말

 

洪 海 里

 

 

거리를 가다 무심코 눈을 뜨면
문득 눈 앞을 가로막는 산이 있다
머리칼 한 올 한 올에까지
검은 바람의 보이지 않는 손이
부끄러운 알몸의 시대
그 어둠을 가리우지 못하면서도
그 밝음을 비추이지 못하면서도
거지중천에서 날아오고 있다
한밤을 진땀으로 닦으며 새는
무력한 꿈의 오한과 패배
어깨에 무거운 죄없는 죄의 무게
깨어 있어도 죽음의 평화와 폭력의 설움
눈뜨고 있어도 우리의 잠은 압박한다
물에 뜨고 바람이 불리우고
어둠에 묻히고 칼에 잘리는
나의 시대를 
우리의 친화를
나의 외로움 
우리의 무예함
한 치 앞 안개에도 가려지는 불빛
다 뚫고 달려갈 풀밭이 있다면
그 가슴속 그 아픔 속에서
첫사랑같은 우리의 불길을
하늘 높이 올리며 살리라 한다.

 

 

(시집『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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