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죽음
洪 海 里
철커덕, 시간과 죽음의 문이 닫히고
빛도 소리도 완전히 차단되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딘가로 한없이 떨어져 내렸다
걱정의 눈빛들이 잠시 마주치다 돌아선 후
드디어 이승의 경계를 넘어서 굴러갔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다음 하나 두울 세엣 그리고 그만이었다
끓던 번민과 격정도 한 줌 바람일 뿐
저문 강에 떠가는 낙엽이었다 나의 목숨은.
텅 비어 버린 가슴으로 낯선 암흑이 파고들었다
온몸이 묶이고 옥죄어지고
깊은 산 나무들이 마구 베어져 쓰러졌다
나는 자동세탁기 속의 빨랫감이었다
한 치 뒤를 못 보는 장님들이 줄지어 가고 있었다
홀로! 홀로! 하며 어우러짐을 갈구하면서
막막한 들판에 서서 암흑 속에 눈을 던졌다
다시 못 만날 세상을 죽여야 했다 나는.
무엇이 왜 그렇게 서러운지 속으로 속으로 나는 울었다
한 사람의 생애가 바람소리만 내며 흔들리고
이제 눈물 위에 둥둥 뜨는 어둔 바다 잔물결
손에 잡히는 백지마다 크레파스를 마구 문질러댔다
사랑도 추억도 연민도 희망도 그리고 모두를
아무 색깔도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그러고 나서 그 어둡고 기인 터널을 지나
거지중천에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서울의 하늘이 저리 푸르른지 나는 아지 못했다
저 어두운 콘크리트숲도 바퀴벌레의 음흉함도 유쾌하다
다시 보는 모습들과 손길의 살가움이여
이제 나도 스스로 바다를 이루어 저 해를 품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 하리라
도시의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하루의 빨간 심장을 본다
이 밤은 가고 날을 밝으리라
나도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숲을 지키리라.
- 시집『淸別』(동천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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