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위하여 / 洪海里
서로 스쳐 지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너를
보고 불러도 들리지 않는 너를
허망한 이 거리에서
이 모래틈에서
창백한 이마를 날리고 섰는 너를 위하여,
그림자도 없이 흔들리며 돌아오는 오늘밤은 시를 쓸 것
만 같다 어두운 밤을 몇몇이 어우러져 막소주 몇 잔에 서
대문 네거리 하늘은 더 높아 보이고 두둥럿이 떠오른 저
달도 하늘의 술잔에 젖었는지 뿌연 달무리를 안고 있다
잠들기 전에 잠들기 전에 이 허전한 가슴으로 피가 도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네 속에 있는 나를
내 속에 있는 너를
우린 벌써 박살을 냈다.
아득한 나의 목소리
아득한 너의 목소리
아득한 우리 목소리.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썩은 사과 냄새에 취해
나는 내 그림자도 잃고 헤매임이여.
흙벽에 등을 대고 듣던
새벽녘 선한 공기를 찍는 까치소리
한낮 솔숲의 뻐꾸기 울음
그믐밤 칠흑빛 소쩍새 울음.
보리푸름 위 종달새 밝은 봄빛과
삘기풀 찔레꽃의 평활 위하여
이 묵은 시간 거리의 떠남을 위하여.
(시집『우리들의 말』1977)
출처 : 시 읽는 마을
글쓴이 :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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