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비타민 詩』2008

엽서

洪 海 里 2008. 7. 31. 13:23

엽서

 

洪 海 里

 

 

 


시월 내내 피어오르는

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

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

천수관음처럼 서서

천의 손으로

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

새벽 세시

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

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

천의 눈으로 펼치는

묵언 정진이나

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

뭐 다르리오마는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눈을 살며시 뜨고

말문 트는 것을 보면

멀고 먼 길

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

서늘하리니,

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

'여전히

묵언 정진 중이오니

답신은 사절합니다'

그렇게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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