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북은 줄창 우네
홍 해 리
세상의 가장 큰 북 내 몸속에 있네
온갖 소리북채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귀북이네
한밤이나 새벽녘 북이 절로 울 때면
나는 지상에 없는 세월을 홀로 가네
봄이면 꽃이 와서 북을 깨우고
불같은 빗소리가 북채가 되어 난타공연을 하는 여름날
내 몸은 가뭇없는 황홀궁전
둥근 바람소리가 파문을 기르며 굴러가는 가을이 가면
눈이 내리면서 대숲을 귓속에 잠들게 하네
너무 작거나 큰 채는 북을 울리지 못해
북은 침묵의 늪에 달로 떠오르네
늘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북,
때로는 천 개의 섬이 되어 반짝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