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날 흥분하게 한 시집/홍해리 시집 -황금감옥/별바라기

洪 海 里 2008. 8. 23. 07:59

인천항에서 두시간 반 동안 배를 타고 풍도를 가는 중에

우리 여자회장님들은 황금감옥이라는 홍해리 시집을 돌아가면서

낭송을 하였다..

 

겪은 세월 만큼이나 공감대가 많은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

이해 될 법한 우리 들만의 언어들과 숱한 추억들이 아름답게.

어쩜 이렇게 표현했을 까 하고 탄식과 부러움 가득 어린 감동으로

정말 행복했었다.

 

꼭 울 플 친구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홍해리

 

씨앗 하나 빌려 지은 작은 집

조금씩 늘이고 늘려가며 살다 보면

조금씩 흔들리고 기울기 마련이지만

지붕이 헐어 물이 새고

틈새로 세월의 새가 날아가고 있다

비바람 눈보라 들이치는 문짝

구멍 난 벽마다 쥐들이 드나들고

기둥은 오래 되어 좀먹고 내려않았다

수도관 가스관 모두 녹슬어

막히고 터지고

물이고 가스고 새는 것 천지

난방도 안 되고 냉방도 안 되는,

가구들도 생기 바래고

지붕에도 벽에도 저승꽃이 피는 집,

나무 향이 은은히 번지고

쓸고 닦고 문질러 윤이 나던 때도 있었지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저절로 줄어든 크기와 높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흔들리는 무게의

바람 든 빈집

집 보러 오는 이 하나 없는.

 

 

황금감옥

 

                                    홍 해리

 

나른한 봄날

코피 터진다

 

꺽정이 같은 놈

황금감옥에 갇혀 있다

금빛 도포를 입고

벙어리뻐꾸기 울듯, 후훗후훗

호박벌 파락파락 날개를 친다

 

꺽정이란 놈이 이 집 저 집 휘젓고 다녀야

풍년 든다

언제

눈감아도 환하고

신명나게 춤추던 세상 한 번 있었던가

 

호박꽃도 꽃이냐고

못생긴 여자라 욕하지 마라

티끌세상 무슨 한이 있다고

시집 못 간 처녀들

배꼽 물러 떨어지고 말면 어쩌라고

 

시비걸지마라

꺽정이가 날아야

호박같은 세상 둥글둥글 굴러간다

 

황금감옥은 네 속에 있다





출처 : 향기나는 뜰의 고은마음과 행복이 가득한곳
글쓴이 : 별바라기 원글보기
메모 : * <『황금감옥』우리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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