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2013. 10. 23. 12:16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뚝!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오늘은 25번째로 보냅니다.




 * 동백꽃은 적막 속에서 은밀히 피어난다.

순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탄을 터뜨린다.

할 일을 다 마친 꽃은,

뚝!

떨어져 내려 다시 한 번 우주의 적막을 깬다.

그러나 우주는 곧 다시 적막에 든다.

뚝!

뚝!


아기가 보챌 때,

"뚝!" 엄마는 아기가 울음을 그치게 한다.

아기는 금방 울음을 그치고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화를 얼굴에 담는다.

언제 울었느냐, 뚝 잡아떼는 모습이 한 송이 꽃이다.

가장 아름다운 움직이는 꽃이다.

뚝!

뚝!


이 시는 이렇게 내게 떨어졌다.

동백꽃이 뚝 떨어지듯 어느 날 새벽 하나의 영감이 내게 뚝 떨어졌고 금방 시 한 편이 공책에 피어났다.

세상에서 제목보다도 짧은 시가 피었다.

나도 어느 날 뚝 떨어질 것이다.

가는 이의 뒷모습을 노래한 시인도 있다.

사람이 가는 것은 꽃이 지는 것, 세상이 뚝! 할 때 나도 뚝! 하고 지고 싶다.

뚝!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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