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둥근잎나팔꽃

洪 海 里 2013. 10. 23. 13:53

둥근잎나팔꽃

 

洪海里

 
 
아침에 피는 꽃은 누가 보고 싶어 피는가
홍자색 꽃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고
가는 허리에 매달려 한나절을 기어오르다
어슴새벽부터 푸른 심장 뛰는 소리---,
헐떡이며 몇 백리를 가면
너의 첫 입술에 온몸이 녹을 듯, 허나,
하릴없다 하릴없다 유성으로 지는 꽃잎들
그림자만 밟아도 슬픔으로 무너질까
다가가기도 마음 겨워 눈물이 나서
너에게 가는 영혼마저 지워 버리노라면
억장 무너지는 일 어디 하나 둘이랴만
꽃 속 천리 해는 지고
타는 들길을 홀로 가는 사내
천년의 고독을 안고, 어둠 속으로
뒷모습이 언뜻 하얗게 지워지고 있다


-『봄, 벼락치다』 (우리글. 2006) 
 


'꽃시집『금강초롱』(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3.10.23
꽃다지꽃   (0) 2013.10.23
소심 개화  (0) 2013.10.23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0) 2013.10.23
수련 그늘  (0) 201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