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사랑의 연재시
글쓴이 : 최종호 원글보기
메모 :
수술실에 들어가며 / 洪 海 里
이것이 너와 나의 마지막
우주의 종말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나는 작디작은 먼지 알갱이 하나
우주의 무한공간을 떠돌다
지구 한구석에 잠시 머물고 있나니
빛이여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끝없는 블랙홀로 빠져드노니
작은 풀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먼지 알갱이가 품고 있는 바람과 하늘과 바다여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하랴
내가 너를 다시 보지 못하고
네 여린 손목을 다시 보듬어 보지 못한다면
저 문이 다시 열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구는 굴러가지 못하리니
미안하다 고통과 절망의 세월이여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떠오르고
파도 소리를 잠재운 소금밭에서는
소금꽃이 영롱하게 영글 것이다
지상에서 산 자들은 기름진 사랑을 나누고
연어 떼는 모천을 찾아
불원천리 여행을 할 것이니
오 빛이여, 새 생명의 어머니여
지구는 영원을 향해 굴러가리라
새들은 고운 목소리로 생명을 노래하리라.
(월간『우리詩』2008.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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