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바다에 뜨는 해』(1980)

완도 일박

洪 海 里 2010. 1. 31. 11:55

 

완도 일박 莞島一泊

 

 

바닷가에 밤이 내리고

밤은 깊어가도

잠은 오지 않았다

소금기에 절은 모기 떼

극성스런 공습---

근적끈적 달라붙는 바닷바람

싫은 계집처럼 치근거렸다

바다는 벌거숭이

전신으로 부딪쳐오고

짖이겨진 날개로 울며

무작정 낙하하는 하루살이들.

간헐적인 뱃고동소리

바다에 든 불빛이 흐려지고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던 잠

눈꺼풀을 찍어누룰 때

한밤을 지새운 새벽달이

도둑고양이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바닷가 이층 여관

목조건물의 층계를 비그덕대던

바람도 물러나고

옆방의 거친 물결도 잔잔해졌다

------------------처럼.

 

        - 3인시집『바다에 뜨는 해』(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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