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 일다
洪 海 里
벼꽃 이는 걸 보셨는가
벼도 꽃을 피운다는 걸 아시는가
아침나절 씨껍질을 슬그머니 열고
암술 수술이 만나, 자릿자릿
짝짓기를 하고 슬그머니 문을 닫는 걸
그래야 알이 차고 여물어 밥이 되는 것을
아시는가
벌써 푸른 논에서는
햅쌀밥물 잦히는 냄새가 난다
새 보는 할아버지
새참 이고 나온 어머니
막걸리 따르는 소리
물꼬로 물 드는 소리
내 입으로 들어갈 밥이다
나의 생명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이고 역사다
벼꽃은 질박의 극치
수줍음 많은 벼가 자지를 내밀고 있다
지금 한창 일고 있다.
*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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