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벼꽃 이는 것을 보며

洪 海 里 2010. 8. 26. 11:19

 

벼꽃 이는 것을 보며

 

洪 海 里


 

내 몸속에는 몇 만 평의 무논이 펼쳐져 있는 것일까

몇 천만 포기의 벼가 소리 소문도 없이 짝짓기를 즐겼을까

하늘은 저 무량한 세상을 내려다보며 얼마나 흐뭇했으랴

바람은 또 포기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며 박수치고 축복했으리라

물은 물대로 바닥에서 포기마다 뼈를 세워 주려고 무진무진 애를 썼으리라

하면,

이 몸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푸른 하늘과

맑은 물과 바람과 흙,

뜨거운 햇볕과

아버지의 짜디짠 여든여덟 말의 땀과

어머니가 아침저녁으로 부뚜막에 떠 놓은 수천수만 대접의 정성이

내 몸속에 한도 끝도 없이 흐르고 있으니

이 한 몸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백중百中 전날

괴산 아성阿成마을에 가서

벼꽃 이는 것을 바라보다

흘러가는 흰구름을 하염없이 핥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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