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줄 또는 끈

洪 海 里 2010. 9. 30. 04:33

줄 또는 끈

 

洪 海 里

 

 

줄도 끈도 없어 살길이 막막할 때

가늘게라도 비비거나 꼰 벌잇줄 하나 있었으면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는 면했을 것인가

너와 나를 이으려고

술로 말로 줄을 매려고 마음 출렁인 적은 없었던가

그러나 한잔 술에 취하면

그건 금방 풀어지는 끈이었어

끈에는 끊어지는 속성이 있지만

가장 질기고 속된 성스러운 줄도 있는 줄 몰랐다

살아 있는 줄, 탯줄 같은

줄을 잡고 한평생 매달렸다면

노끈이나 줄끈이 아닌 명줄이나 길었을까 몰라

쓸데없는 삭아버린 철끈이나 동아줄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끈이 철끈이기를 바라면서

줄꾼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발끈해서 앞뒤 분간도 못하지 않았던가

따끈하지도 화끈하지도 못하고

밤낮 이런 저런 일에 질끈 눈이나 감아 주면서

매끈하게 줄을 타는 연습도 하지 않았지

줄을 타겠다고 끈끈이처럼 매달려 있지 말고

줄이나 끈을 달라고 엎드려 빌어나 볼 일인가

이것저것에게 끈끈히 달라붙어 줄줄이 빌 일인가.

                                      - 월간《우리詩》2012. 6월호

 

  

* 위 사진은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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