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閑遊
洪 海 里
먼지 알갱이 한 알
반짝반짝
늦은 가을날
해 하나 지고
달 하나 안고
미리내 곁으로
덜거덕덜거덕 달구지 가고 있다
눈물로 씻은 천년 우주 속으로.
나이
洪 海 里
세월을 버리면서
채워가는 헛재산
쌓고 또 쌓아 올려도
무너지고 마는 탑.
저무는 가을
洪 海 里
이제는 덜 보라고 눈 침침해지니
하늘은 더욱 높고
넓기만 한 세상
덜 듣고 살라 귀 먹먹해지고
적게 먹으라고 이도 닳아 빠지고
사색 좀 하라 새벽잠 달아나고
체력 떨어지니 자꾸 움직이라고
세월을 버리면서
쌓아 올리는 나이탑
저문저문 저무는 가을.
찻잔
洪 海 里
부드러운 네 입술에 닿으면
너는 따스한 품을 열어
동그란 호수가 된다
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저 남녘의 달디단 바람의 맛과
햇빛과 놀던 물소리
다 내 몸속으로 들어와
치우치지 마라
지나치지 마라 이르고 있다
너를 가슴에 보듬어 안으면
우주가 내 안에 있어
애잎이 피어나고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구원으로 가는 영혼의
옆구리 따수운 세상이 된다
한 잔의
맑은 여운餘韻.
따뜻한 겨울
洪 海 里
김장 담가 돌담 아래 묻어 놓고
곳간 가득 연탄도 들여 놓았다.
* 덩굴용담의 꽃과 열매는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