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꽃詩 몇 편

洪 海 里 2011. 1. 10. 06:20

설중매雪中梅

 

洪 海 里


 

창밖, 소리 없이 눈 쌓일 때

방안, 매화,

소문 없이 눈 트네

몇 생을 닦고 닦아

만나는 연인지

젖 먹던 힘까지, 뽀얗게

칼날 같은 긴, 겨울밤

묵언默言으로 피우는

한 점 수묵水墨

고승, 

사미니,

한 몸이나

서로 보며 보지 못하고

적멸寂滅, 바르르, 떠는

황홀한 보궁寶宮이네.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을 품다



뒷산의 깊은 침묵이 겨우내 매화나무로 흘러들어 쌓여서

오늘 가지마다 꽃을 달았다, 生生하다

매화나무 주변에 어리는 향긋한 그늘---,

그 자리 마음을 벗어 놓고 눈을 감으면

학이 날고 있다, 수천수만 마리의 군무가 향그러운 봄날!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이승의 꽃봉오린 하느님의 시한폭탄

때가 되면 절로 터져 세상 밝히고

눈 뜬 이들의 먼 눈을 다시 띄워서

저승까지 길 비추는 이승의 등불.

 

                         -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뚝!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지는 꽃을 보며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외롭다 외롭다고 울고 있느냐
서산에 해는 지고 밤이 밀려와
새들도 둥지 찾아 돌아가는데
가슴속 빈 자리를 채울 길 없어
지는 꽃 바라보며 홀로 섰느냐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외롭다 외롭다고 울고 있느냐.

 

                  - 시집『愛蘭』(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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