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봄, 벼락치다

洪 海 里 2010. 12. 31. 11:14



봄, 벼락치다 / 洪海里

  천길 낭떠러지다, 봄은.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흔들리는 산자락마다 연분홍 파르티잔들
  역병이 창궐하듯
  여북했으면 저리들일까.

  나무들은 소신공양을 하고 바위마다 향 피워 예불 드리

는데 겨우내 다독였던 몸뚱어리 문 열고 나오는게 춘향이

여부없다 아련한 봄날 산것들 분통 챙겨 이리저리 연을

엮고 햇빛이 너무 맑아 내가 날 부르는 소리,

  우주란 본시 한 채의 집이거늘 살피가 어디 있다고

새 날개 위에도 꽃가지에도 한자리 하지 못하고 잠행하는

바람처럼 마음의 삭도를 끼고 멍이 드는 윤이월 스무이틀

이마가 서늘한 북한산 기슭으로 도지는 화병,

  벼락치고 있다, 소소명명!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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