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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룻밤 달 세 번 뜨는 오지마을

洪 海 里 2011. 1. 22. 07:23
 
하룻밤 달 세번 뜨는 오지마을
고독 벗 삼아 나를 찾는 여정
기암절벽 병풍 삼아 10여 가구 생활… 세상과 철저히 절연 겨울은 별천지
정선 연포마을

 

동강 12경에 포함된 정선 신동읍 연포마을은 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굽이 경치를 자랑하는 마을이다. 장쾌하게 굽이치는 동강 물줄기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불리워지는 사행천(蛇行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연포마을을 찾는 여행길은 전망 좋은 유려한 동강 물길과 울창한 숲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9월 ‘물안개가 환상적인 물돌이 마을을 찾아서’주제의 가볼 만한 곳으로 소개한 정선 동강 강마을에 연포마을을 추천하기도 했다.


   
▲ 정선 연포마을과 가정마을을 연결하는 동강 줄배. 정선/방기준

영월에서 국도 38호선을 타고 달리다가 정선 신동읍 예미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다. 고갯길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고성리 산촌 풍경을 구경하다 보면 고성교 부근에 연포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골 깊은 작은 산길을 따라 적막감마저 감도는 큰 고개를 차량으로 넘기를 30여분. 물레재를 넘어 내려서자 산 밑에 나지막하게 엎드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소사마을이다.

소사마을에서 다시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가로지르는 연포교를 건너면 곧바로 강물이 벼루에 먹물을 담아놓는 듯하다는 연포(硯浦)마을에 닿는다. 병풍처럼 둘러친 신병산 기암절벽 아래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맑은 강물에 원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65㎞에 이르는 동강 줄기의 중간쯤에 놓인 오지마을이다.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는 요즘 연포마을은 무덤처럼 너무도 고요하다. 때문에 머무르고 있는 시간 만큼은 철저하게 혼잡한 세상과의 절연이 가능한 곳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로 목재를 운송하던 뗏꾼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리던 객줏집이 들어서 강변 경제권을 이루기도 했다.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뗏꾼들의 구성진 정선아리랑은 가슴속에만 울려 퍼지고 한여름에는 래프팅객들의 고함 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 정선 신동읍 덕천리 연포마을 전경.

연포교를 건너 연포상회 겸 민박집을 지나면 옛 연포분교 자리.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선생 김봉두(차승원 주연)’의 산내분교 촬영이 이뤄졌던 곳이다. 운동장 한쪽 학교 연혁비에는 1999년 폐교할 때까지 30년 동안 169명이 졸업했다고 쓰여 있다. 어림잡아 1년 평균 5.6명 꼴이다. 강이 틀어막고 산이 감싸 안은 오지 중의 오지임을 졸업생 숫자가 일러 주고 있다.실제로 연포분교는 폐교되기 이전까지 영화 속 내용처럼 매년 5~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던 오지의 분교였다. 교정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 문제의 김봉두 선생과 제자들의 해맑은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2009년 12월부터 연포생태체험학교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뒤편 작은봉과 큰봉·칼봉은 연포마을의 명물이다. 3개의 봉우리가 하도 높아 봉우리 뒤로 달이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해 하루에도 달이 3번 뜨고 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연포마을에서 고개 하나를 넘어 강변을 따라 나란히 난 길 끝에는 거북이마을 민박집에 닿는다. 시멘트 포장과 비포장이 교차하는 길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비좁다. 강 건너편 가정마을을 오가는 줄배 한척이 얼어 붙은 강변에서 마음 따뜻한 손님을 기다린다. 이 길은 강물에 가로막혀 더 이상 갈 수 없다.

연포생태체험학교에서 북쪽 산길로 접어 들면 지난 2009년 12월 마을의 새로운 명물로 탄생한 ‘하늘벽 구름다리’로 가는 소나무와 갈참나무 숲길이다. 숲길 능선 오른쪽은 거대한 동강 뼝대(바위로 이뤄진 높고 큰 낭떠러지의 강원도 사투리)로 가슴을 베일만큼 황홀한 풍광과 함께 하는 길이다. 40여분 걷다 보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덕천리 제장마을에서 연포마을로 이어지는 생태탐방 등산로 3.2㎞ 중간 구간 해발 425m 지점의 절벽과 절벽 사이에 들어선 하늘벽 유리다리를 만난다. 옥빛으로 얼어 붙은 동강과 함께 왼쪽에는 제장마을,정면에는 소사마을,오른쪽 저 멀리 연포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 정선 제장마을∼연포마을 생태탐방 등산로에 설치된 하늘벽 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본 동강. 정선/방기준

동강 수면에서 105m 위 벼랑에 설치한 하늘벽 구름다리는 길이 13m,폭 1.8m,두께 3.6㎝의 투명 방탄유리로 설치됐으며 투명 유리 때문에 천길 낭떠러지의 공중에 선 아찔한 느낌에다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풍속 40㎧에도 견딜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인 140명이 동시에 지나가도 안전하도록 시공됐다.

여기에서 30여분 더 능선을 타고 걸어가면 칠족령 전망대가 나온다. 옻칠(漆)자와 발족(足)자를 써서 칠족령이다. 옛날 옻칠을 하던 선비 집 개가 발에 옻칠갑을 하고 도망갔는데 그 자국을따라 가보니 금강산 못지않은 동강 물굽이 풍경이 펼쳐졌다는 전설이다.

연포마을 주민은 연포생태체험학교를 중심으로 10여가구 35명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고추와 옥수수,감자 등의 밭농사를 지으며 산다. 때문에 연포마을 여행은 결국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정선/방기준 kjbang@kado.net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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