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시> 난시화蘭詩花

洪 海 里 2011. 3. 19. 10:36

 

 

난시화蘭詩花

― 洪海里 詩人

 

이 인 평

 


잎이 흔들린다

고요를 가만히 흔드는 잎이다

그는 난향천리蘭香千里에 있다,

난향천리까지 닿은 사람이 없더라도

그의 어깨는 蘭잎에 닿고

한 잔, 홍안은 난향蘭香에 머물렀다


사람은 蘭을 닮아야 했다

슬픔 머금은 향기처럼 칼날을 스쳐야 했다

그의 詩는 칼끝에 잘린 절제였다

 

蘭을 보며 詩를 쓰니

千里의 발걸음이 가볍네


그를 아는 데는 삼 년이 지나야 했다

'난정蘭丁'에 오른 사연은 또

삼십 년은 족히 머물거늘

그 香이 정수리에 배일 때까지는

누군들 묵도黙道를 닦아야 하리라


한세상이 蘭만 같아라

백골白骨의 뿌리에서

득도得道의 첩경이 가볍게 흔들리는

蘭詩花를 얻게 되리라


벙그는 꽃잎에 입술이 닿으면

데인 혀가 千里를 달리듯

그의 어깨에서 蘭잎이 흔들린다.

                - 월간《우리詩》2015. 5월호 게재.

                 이인평 인물시집『명인별곡』(황금마루, 2011)

 

* 蘭丁은 그의 아호. (사)우리詩진흥회 이사장.

 

 洗蘭軒 주인 洪海里 시인은 한때 수천 분의 난과 함께 살았다.

봄이면 춘란을 채취하려고 남도의 산천을 주말마다 헤매고 다녔다.

눈이 밝은 이는 한 포기의 난초를 놓고도 그가 지닌 맑고 그윽한 성품을 본받고 익히리라.

이젠 그의 난초 사랑이 매화와 대 등 사군자를 넘어서 자연에 이르고 있다.

                                                                                                        - 임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