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모란白牡丹 / 洪 海 里
모란꽃
보셨는지
첫날밤
난생 처음
남자 품에 안긴 신부
초록의 궁전
눈 시린 백옥의 잠자리
꼬옥, 안고
찍어 놓은
백년 언약,
진홍 선혈 위
순금의 화관!
흰모란 피었다기 / 洪海里
모란이 피었다는
운수재韻壽齋 주인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금방 구름처럼 지고 말
마당가득흰구름꽃나무숲
저 영화를 어쩌나
함박만한 웃음을 달고
서 있는 저 여인
한세상이 다 네게 있구나
5월은 환하게 깊어가고
은빛으로 빛나는 저 소멸도
덧없이 아름답다
* 韻壽齋: 임보 시인의 집. 이상 야릇하게 좋은 異香을 내뿜는 백모란이 마당 가득 피어 있다.
2011. 05. 14.(토) 임보 시인 촬영
모란이 피면 꾀꼬리 운다 / 洪 海 里
해 뜨기 전
뒷산에서 꾀꼬리가 울더니
운수재 뜰
하얗게 벙근 모란꽃 속에
벌써 신방을 꾸몄는지
금빛으로 도는 소문
부귀 영화 필요 없다고
너만 있으면 된다고
파르르 떨던 꽃이파리
뚜욱, 뚝, 지고 또 지고
눈물이 날 듯
눈물이 날 듯
5월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초록빛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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