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둥근잎나팔꽃

洪 海 里 2011. 6. 15. 04:38

* 둥근잎나팔꽃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둥근잎나팔꽃

 

洪 海 里


아침에 피는 꽃은 누가 보고 싶어 피는가
홍자색 꽃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고, 한 번,
가는 허리에 매달려 한나절을 기어오르다
어슴새벽부터 푸른 심장 뛰는 소리---,
헐떡이며 몇 백 리를 가면
너의 첫입술에 온몸이 녹을 듯, 허나,
하릴없다 하릴없다 유성처럼 지는 꽃잎들
그림자만 밟아도 슬픔으로 무너질까
다가가기도 마음 겨워 눈물이 나서
너에게 가는 영혼마저 지워 버리노라면
억장 무너지는 일 어디 하나 둘이랴만
꽃 속 천리 해는 지고
타는 들길을 홀로 가는 사내
천년의 고독을 안고, 어둠 속으로,
뒷모습이 언뜻 하얗게 지워지고 있다.

                  -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 2011년 6월 14일 아침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둥근잎나팔꽃이 한 송이 꽃을 피웠다.

달랑 한 송이였다.

그걸 어찌 알고 이른 아침부터 뒷산의 검은등뻐꾸기가 절절히 울고 있었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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