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패랭이꽃 : 이대의 / 김한순 / 洪海里

洪 海 里 2011. 6. 28. 04:55

 

 

패랭이꽃 한 송이 / 李 大 儀



상가집 뒷뜰
눈물로 진하게 핀
패랭이꽃
착한 사람들
문상 왔다 보고 가라는
가신 님 고운 마음 같아서
한 점 그리움 찍어두고 돌아섰네
마음속에 담아두고 왔네.



패랭이꽃 / 洪 海 里
- 이대의 시인에게



대의 시인이 두고 간
패랭이꽃 한 송이
장마철 반짝 드는 햇살처럼
가슴에 피다

먼길 돌아 돌아
여든두 구비 지나
영원을 찾아서
시간을 세우고

길 없는 길을 따라
지평선을 넘어
무지개를 지나

허공 어디쯤 가고 계신
어머니
극성 더위 식혀 드리고자

패랭이 하나
씌워 드리오니

쓸쓸한 길
홀로 가시는 길
옷깃에 스며오는 서늘한

패랭이꽃 한 송이!
                                     (2001. 07.)

 

 

 

어머니의 인사 / 김 한 순



상가 뒷산에 핀
패랭이꽃 한 송이
문상간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네
어서 와요
잘 왔어요
이곳은 참으로 따뜻한 곳이예요
난 잘 있다 가요

저녁 햇살에 미소 띄우는
패랭이꽃 한 송이
상가 뒷산에서
반겨주고 있었네.


패랭이꽃 한 송이 / 洪 海 里
- 김한순 시인에게


어머니 가셔서
온통 세상이 적막한데,

아버지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계신
잔디마당
패랭이꽃 말없이 피어 있었다.

스물세 해 기다리며
쓸쓸한 세월의 사랑으로
아버지가 피워올린
패랭이꽃이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숱한 자식들 다 어디 있는지
패랭이꽃만 피어서
한적한 산자락을 지키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명암도
꽃 앞에선
안팎이 없는 빛이고 어둠일 뿐,

패랭이꽃만 말없이 피어 있었다.
                                               (2001. 07.)

 

* 2001년 6월 26일(음력 辛巳 5월 초엿새) 어머니 가셨을 때 문상을 왔던 이대의, 김한순 시인이 선산에 피어 있는

  패랭이꽃을 보고 쓴 글과 그에 대한 답글임.

 

* 패랭이꽃 : http://blog.daum.net/dadapoem에서 옮김.

 

 

시간을 찾아서 / 洪 海 里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

신사년 오월 초엿새 23시 05분

스물세 해 기다리던 아버지 곁으로

어머니가 가셨습니다

들숨 날숨 가르면서

저승이 바로 뒷산인데

떠날 시간을 찾아

네 아들 네 딸 앞에 모아 놓고

며느리 사위  옆에 두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가는 시간을 맞추어

마지막 숨을 놓고

말없이,

한마디 말씀도 없이

묵언의 말씀으로

이승을 멀리 밀어 놓고

어머니는 그냥 가셨습니다

여든두 해의 세월이, 고요히

기우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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