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천지연의 담팔수는 천연기념물
담팔수(膽八樹)는 담팔수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키가 약 20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지만 때때로 모여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윗면은 진한
초록색이고 광택이 나며 잎 가장자리에는 끝이 둔한 톱니들이 있다.
꽃은 아주 연한 노란색이고 7월에 잎 가장자리에서 나온 총상꽃차례에
10~20송이씩 무리져 핀다. 열매는 핵과로 9월에 검푸른 색으로 익는다.
연평균기온이 15℃ 이상인 곳에서만 자라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서귀포 천지연의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되어 있다.
(申鉉哲 글)
♧ 김석준의 ‘홍해리론’에서
대저 시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무릇 시인이란 어떤 부류의 인간형인가. 시인이 시인을 사유할 때, 시인이란 기표는 무엇을 지시 표상하는가. 도대체 어떤 시의 삶을 살아야만 진정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시인은 아이다. 시인은 시대의 바깥이다. 시인은 무소유다. 시인은 그저 시 속에 파묻혀 시만 생각하는 자이다.
뮤즈-자연에 저당 잡힌 채, 차용증과 각서를 쓰는 시인. 자연과 자연이 펼쳐놓은 문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시인. 그 시인이 홍해리가 아닌가. 영혼이 맑고 투명한 시인. 자연을 시말로 치환시키는 시인. 그 시인이 바로 홍해리가 아닌가. 시와 시적 삶을 위해 온 마음을 바친 시인. 세월과 삶 전체를 시 속에 녹여낸 시인. 바로 그 시인이 홍해리가 아닌가. 시와 시인과 시말을 위해서 한 평생을 바친 홍해리라는 시인. 洪海里라는 원문자와 메타기호를 찾아 한평생을 허비한 시인. 그가 바로 홍해리가 아닌가.
♧ 낙엽을 밟으며
개벽의 울음에서
묵연한 적멸까지
이승에서 저승인데
내가 가야 할 길
한 치 앞이 천리인가 만리인가
피는 아직 시커멓게 울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앉은뱅이야
천년만년 살 것처럼 하지 마라.
소리 없이 세상 열고
조용히 흔들리다
그냥 떨어져 내리는
화엄의 경을 보라
상처 없이 물든 이파리가 있는지
느티나무에서 옻나무까지
한평생 눈물로 씻고 울음으로 삭인
한 잎 한 잎 사리로 지는데
함부로 밟지 마라
낙엽만도 못한 인생들아.
♧ 일탈逸脫
1
귀 눈 등 똥
말 멱 목 발
배 볼 뺨 뼈
살 샅 손 숨
씹 이 입 좆
침 코 턱 털
피 혀 힘---
몸인 나,
너를 버리는데 백년이 걸린다
그것이 한평생이다.
2
내가 물이고
꽃이고 불이다
흙이고 바람이고 빛이다.
그리움 사랑 기다림 미움 사라짐 외로움 기쁨 부끄러움
슬픔 노여움과 눈물과 꿈, 옷과 밥과 집, 글과 헤어짐과
아쉬움과 만남 새로움 서글픔
그리고 어제 괴로움 술 오늘 서러움 노래 모레 두려움
춤 안타까움 놀라움 쓸쓸함
(내일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삶, 가장 아름다운 불꽃처럼
우리말로 된 이름씨들 앞에서
한없이 하릴없이 하염없이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내게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한 그릇의 밥이 있어서일까
일탈이다, 어차피 일탈逸脫이다.
♧ 가을 산에서
- 우이시편 8
혼백을 하늘로 땅으로 돌려보낸
텅 빈 자궁 같은, 또는
생과 사의 경계 같은
가을 산에 서 있었네
지난 봄 까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오동나무 속 깊이
절 한 채 모셔 놓고
가지에 풍경 하나 달아 놓았네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에게
안부를 남기고
물이 만들고 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무장무장
먼 산에 이는 독약 같은 바람꽃
맑은 영혼의 나무들이 등불을 달고
여름내 쌓인 시름을 지우고 있었네
서리 내릴 때 서리 내리고
스러지는 파도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지나간 세월이 내일의 꿈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이 다가서는 산에 혼자 서 있었네.
♧ 어둠의 힘
어둠이 빛인 줄 안다면
세상을 밝히는 것은 빛이 아니라
빛의 밝은 힘이 아니라
어둠의 힘이라는 걸 알게 되리
나무도
하늘 가까이 가는 것은 우듬지이지
우듬지에 별이 걸리고
별이 너를 비춰주고 있지만
결국 하늘에 가 닿는 것은
우듬지가 아니라 뿌리다
뿌리가 나무로 들어가
우듬지를 곧추세워야, 비로소
나무는 하늘에 닿는다
그러니 하늘에 닿는 것은 뿌리다
뿌리의 힘이다.
♧ 여자를 밝히다
여자를 밝힌다고 욕하지 마라
음란한 놈이라고
관음증 환자라고 치부하지 마라
입때껏 치부를 한 것도 없고
드러낼 치부도 하나 없다
여자를 활짝 핀 꽃 같이 밝혀주는 것은
무엇일까
환한 대낮같이 열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길을 갈 때
등롱을 들듯
꽃이라도 들어야 하는 것인가
등명접시 받쳐 놓고
불을 댕길 일인가, 아니지,
여자는 스스로 열리는 호수
환하게 빛나는 대지라서
하늘 아래
세상에서 여자를 밝힐 일은 없다.
♬ 사랑하는 이를 위한 팝 발라드 (15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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