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제51회 우이시낭송회(팸플릿 일부)

洪 海 里 2012. 5. 26. 11:32

 

제51회 우이시낭송회

 

* 때: 1992년 9월 26일 오후 5 : 00 ~ 6 : 30

* 곳 : 도봉도서관 시청각실

* 참가시인 : 김동호 박희진 오수일 이생진 임 보 정성수 채희문 홍해리 황도제

* 국악 : 김수연(경기민요) 송성묵(대금 연주) 윤문기(단소 연주)

 

                  * 낭송 작품 *

 

투계 / 金東壺

 

질 수는 없어

무엇이든 질 수는 없어

다 이기고 나면

 

늑대가 내 如意珠 물어가 버렸네

 

빼앗기기가 싫어

무엇이든 친구에게 빼앗기긴 싫어

악마에게 정조 내주고

비단공작이 밤새내 운다

 

끝없이 맑고 높은 가을 하늘

80평짜리 고층 아파트에서

소리도없이 떨어져 죽은 공작

아래서 보니 피투성이 鬪鷄일세

 

일층 열아홉 평짜리 비둘기집

작아서 춥다고 그녀는 늘 말했지만

단단한 체온이 이 겨울에도 드거워

문 열어 놓고 사는 것

왜 몰랐을까

 

보글보글 찌게 끓으며

지아비 기다리는 소리

사철 따순 地下水인 것

왜, 왜 몰랐을까

 

 

바다에서 돌아오면 / 이생진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부자였는데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가질 것이

없었는데

날아가는 갈매기도

가진 것이 없었고

나도 바다에서

가진 것이 없었는데

바다에서 돌아가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席毛島 풍경 / 임 보

 

江華 外浦里에서

석모도 갯가를 오고가는 나룻배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밀고 다닌다

 

보통 때는

갯벌에 주저앉아서

먹이를 파고 있다가도

혹은 물결에 몸을 맡기고

한가하게 놀고 있다가도

배가 닻을 들어

떠나갈 의사를 보이기만 하면

수천의 갈매기들은 일시에 날아 들어

곧은 날개 바람으로

배의 뒷전을 밀어부치기도 하고

굽은 부리와 물갈퀴로

파도를 끌어당기기도 하면서

그들의 몸뚱이보다 몇 만 배나 무거운

하얀 철선을 밀고 다닌다

 

普門寺 머리 위

洛迦山 산마루

바위를 열고 슬며시 나온

백척거구 보살 하나

이런 풍광을 보고 아마

갈매기들의 볼기라도 어루만지는지

노상 웃고만 있다

 

 

리듬체조 / 洪海里

 

그것은 나는 꽃이다

아니 나비다

리본으로 구르고

공으로 달리고

곤봉으로 솟구치다

구르다 달리다 날고 흐르다

한 마리 새가 된다

인어가 된다

숨이 멎고 심장이 서서

눈을 감으면

천지가 손끝에 멎은 채

물구나물 서고

고개를 들면

빛이 온 세상 가득 찬다

금빛 은빛 千絲萬絲

직선으로 곡선으로 원으로

북소리 진동하며 달려오고

깃발이 하늘 가득 반짝인다

온몸으로 부르는

우주의 합창이다

비어 있는 공간마다

찰나의 불꽃이 핀다

그것은

신의 선물

포장을 벗긴 선물이다

 

 

죄와 벌 / 朴喜璡

 

조선에서 인물이 못 나오게, 日帝의 魔手는

白頭大幹 묘하게 생긴 바위마다

쇠못을 박았다네, 쇠못을 박았다네.

지맥을 끊겠다고, 神氣를 막겠다고.

 

그것은 결국 벌받을 異民族의 만행이었다 치자

요즘 이 나라의 덕유산 기슭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 고목들이

일제히 말라 죽은 까닭은 무엇인가.

 

나무마다 밑둥에 구멍을 두루 뚫어

그 속에 독즙을 주입한 탓이라니!

돈에 혼을 판 장사치의 짓이라나!

 

명심하라, 악한이여, 너 당장 벼락을

맞지 않았다고 무사할 둘 아는가,

죄에 벌은, 언제건 기필, 따르게 마련임을.

 

 

내 이름은 몽상가 / 정성수

 

내 이름은 몽상가

하늘보다 드넓은 나의 나라에선

눈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옷을 벗어

저마다 알몸 속에서 향기가 폭발하는 나라

해 뜨면 우화가 왕관을 쓰고

두 손 모아 바람의 그늘을 지우는 나라

모두가 왕인 나라, 모두가 신하인 나라

해 지면 등불 아래 앉아

하늘이 쓴 경전을 읽고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기나긴 편지를 쓰는 나라

시나브로 꿈이 기울면

시민들이 꽃이 되는 나라

마주치면 숨 가쁜 포옹, 목숨이 끓는 소리

저 눈부신 햇빛의 폭포 속에서

사는 일은 더욱 좋아라.

 

 

* 제1회 우이시낭송회는 덕성여대 입구 2층에 있는 '파인웨이', 2회는 우이동 '명동다방', 3회부터는 '난다랑'에서 진행하다

20회부터 인사동에 운파 송성묵 명창이 거주하고 있던 민 대감댁에서, '옛찻집'에서 50회까지 계속하다 되돌아왔음을 밝혀 둠. - 洪海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