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변용詩篇

서울 서낭당

洪 海 里 2013. 1. 16. 19:57

 

서울 서낭당

 

洪 海 里

 

 

불면증에 허덕이는 도시
도심이나 변두리
이별을 밥먹 듯하는
영동이나 양동
창신동이나 청량리
오색찬란한 네온의 띠를 두른
서낭당이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살아 있는 여인들의 시체 위로
던져지는 돌멩이 돌멩이
수없이 밀려가는 사람들
서낭에 가 절만 하는
강남과 강북
육교 옆에 지하도 위에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의
수많은 서낭신
요란한 불빛만이
비인 도시를 지키고 있다
섬처럼 떠 있음으로 존재하는
육신의 집 서울
정다운 연탄개스와 매연으로
내려않지도 못하는 비둘기 떼
저마다 얼굴을 가리고
이름을 지운 채
울긋불긋 치장하고 춤을 추고 있다
밤새도록 요란한 조명 아래
서낭당 둘레를 돌고 돌고
그 위를 선회하는 깍깍 까마귀 떼
안개 속에서 울부짖고 있다.

- 시집『대추꽃 초록빛』(진단시 7집,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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