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시작’과 마주합니다.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셔츠의 첫 단추를 채웁니다. 정류장의 첫 번째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하는 첫 번째 계단을 오릅니다. 컴퓨터 본체의 시작 버튼을 누르고, 책상 위에 놓인 다 읽지 못한 책의 첫 페이지를 바라봅니다. ‘시작’하고 있는 일도 ‘시작’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2013년의 시작인 1월,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과거의 나와 현재의 우리, 미래의 당신을 만나게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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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나라,
모두가 하나 되는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 박근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 문재인

 

앞으로 5년. 새로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이끕니다. 물론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상상도 해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자신이 내건 문구를 오랜 시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곱씹고 또 곱씹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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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게 깔린 어둠을 뚫고 첫차가 달린다. 밤사이 내려앉은 차가운 공기가 버스 안을 맴돈다. 창밖의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다.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어깨를 움츠린 사람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오른다. 텅 비어있던 버스가 사람들로 채워진다.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말이 없다. 서로의 온기에 기댄 채 잠든 도시가 깨어나는 모습을 차분히 지켜볼 뿐이다. 도시보다 먼저 눈을 뜬 사람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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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우냐
‘첫’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지 않느냐
첫 만남도 그렇고
풋사랑의 첫 키스는 또 어떠냐
사랑도 첫사랑이지
첫날밤, 첫새벽, 첫정, 첫걸음, 첫나들이


(중략)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세상은 새롭지 않은 것 하나 없지
찰나가 영원이듯
生은 울음으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물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긴 여로
처음이란 말이 얼마나 좋으냐

 

- 홍해리의 시 ‘처음이라는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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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떡국을 먹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하는 날은 엄숙하고 청결해야 하기 때문에 맑은 물에 흰 가래떡을 넣어 만든 떡국을 먹게 되었다는 설도 있고, 길게 늘여서 뽑는 가래떡처럼 장수하라는 의미로 먹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동그랗게 썰어 넣은 떡국을 먹으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한다는 설도 있다.

 

떡국 만들기
재료: 가래떡 670g, 쇠고기 100g, 달걀 65g, 다진 마늘 12g, 대파 20g, 참기름 2g, 간장 8g, 소금 8g,
물 1000ml, 김가루 약간(4인분 기준)
01 쇠고기는 핏물을 뺀 후 덩어리째 삶는다.  02 쇠고기를 건져내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다시 국물에 넣는다.  03 가래떡을 어슷한 둥근 모양으로 썰어 물에 씻어 건진 다음 육수에 넣고 끓여준다.  04 떡을 넣고 한소끔 끓으면 푼 달걀, 어슷 썬 대파, 다진 마늘을 넣는다.  05 간장과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 후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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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 안도현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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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1일 자정, 한 해의 마지막 밤이 되면 보신각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서른 세 번의 종소리. 서른셋이라는 숫자는 불교의 수호신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 세상인 33천(도리천)에서 비롯됐다. 무병장수하는 33천민(民)들처럼 건강하고 무병장수하길 기원하고,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보신각에 걸려 있는 종은 국민의 성금에 의해 새로 주조된 종으로 1985년 8월 14일 타종되었다. 1468년 만들어진 원래의 보신각종(보물 제2호)은 수명이 다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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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책장에는 수많은 출판사의 문학전집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책장을 돌며 각 출판사 전집의 첫 번째 책을 꺼내들고 첫 번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못할 것 같았던 무언가를 이제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